아름다운동행

장마와 꿀수박과 나의 小確幸

미카엘2015ㅣ설본
2024.07.29 14:19 | 조회 160

장마와 꿀수박과 나의 小確幸

달고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요령은 꼭지가 싱싱하고 배꼽이 작아야 하며 색깔이 선명하고 두드렸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수십 년을 기준에 따라 수박을 고르고 나름 성공적인 수박 감별사로 살아왔는데 올해는 고르는 수박마다 실패를 하여 무려 다섯 번 연속으로 맛없는 수박을 고른 후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어 아내와 저는 장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수박을 사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아내와 장 보러 갔는데 과일 코너를 돌다가 색이 유난히 밝고 까만 줄이 선명한 수박 하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당분간 수박을 안 먹기로 했던 터라 그냥 지나쳤는데 멀리서도 선명한 색이 눈에 들어와 가서 자세하게 점검을 해봤습니다. 꼭지는 싱싱하고 두드려보니 소리도 좋은데 배꼽이 아주 작지는 않아 망설이다가 수박을 내려놓았는데 정말 맹세하지만 떨어 트린 것도 아니고 손으로 누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쩍 소리를 내며 수박이 갈라졌습니다. 헉 너무 놀라 일단 주위를 살피며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잘못한 게 없지만 일단 자리를 뜨자고 합니다. 저도 그러자고 동조를 하고 계산대로 향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수박이 그때 마침 쩍 벌어진 것이 어쩌면 수박이 내게 말을 건넨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믿지 않을 때 ‘ 속을 보여줄 수도 없고’라고 하는데 그 수박은 내가 살까 말까 망설이자 자신의 잘 익은 속을 보여주며 ‘달고 맛있으니 나를 가져가시오’라고 외친 것은 아닐까. 그래서 결국 반쯤 쪼개진 수박을 정가에 사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맛을 봤는데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장마 때 이런 수박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져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올해 수박은 고르는 것마다 싱겁고 맛이 없고 심지어 수박 장사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비싼 수박을 사 왔음에도 실패했는데 스스로 자신의 속을 훤히 드러내준 수박으로 모든 실패의 경험을 한 번에 퉁 칠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또 이런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달디달고 달디달고 단 꿀수박’을 한입 입에 물며 역시 행복은 큰 거 한방이 아니라 자잘하고 소소한 것으로 얻어지는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보내드리는 사진은 장마철 자출 하며 만난 풍경들입니다. 오늘도 좋은 인연 만나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을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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