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엄마 머리 깍는 날

못
못난아들l유보
2024.08.01 17:28 | 조회 1.1k

울 엄마 머리 깎으러 간다

사람 많지 않은 곳으로 갔으면 싶다

남자 미용사였으면 좋겠는데

평생 아무데서나 잘랐으면서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지

​

한쪽엔 예쁜 아가씨가 긴머리를 드라이하고

반대쪽엔 아이 둘이 장난감을 가지고 다투고 있는데

슬쩍 잡는 엄마 손을 뒤로하고

또박또박 나즈막히 말했다

죄송한데 저희 어머니가 항암 중이시라

머리를 삭발하고 싶은데요

​

하필 그때

미용실의 음악이 끊기지만 않았어도

원장님의 눈이 흔들리지만 않았어도

아가씨의 드라이가 끝나지만 않았어도

장난치던 아이가 울지만 않았어도

아니 불거진 엄마의 눈과 마주치지만 않았어도

난 울지 않았다

​

아들 이따 엄마 머리 깍을 때

사진 하나만 찍어봐

엄마도 실감이 잘 안 나네

​

조용히 눈을 감고

머리를 깍는 엄마는 고요했다

​

소리 나지 않게

제 수명을 다 해버린듯한

핸드폰을 들고

스피커 구멍을 막고

내 입도 막았다

​

이 낡은 휴대폰은

너무 흐리고

또 흔들렸다

​

​

​

​

찍고 나서 보니 사진은 잘 찍혔군요...

아들 어쩌지 무서워라고

말하는 우리 엄마가

너무 어리고 여려서 마음이 아립니다

​

사진만으로는 그날의 공기가 잊혀질듯 해

몇자 적어 두었습니다

​

감사하게도

항상 제가 머리 자를 때면

사적인 이야기도 없이

묵묵히 머리만 잘라주시던

과묵한 원장님이었는데

그날

어머니 치료 잘 받으시라며

머리는 무료라고 하시더군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

정말 힘이 되었습니다

​

응원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

이렇게 올려봅니다

​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모든 분들의 쾌유와 건강을

제발 부디 아득하게 빌어봅니다

Naver
목록으로

댓글

25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