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부천시장을 지나가게 되었다.
20대때 부천시장 근처에서 살았었다.
뻘건 벽돌로 지어진,
계단 네댓개를 올라가야 입구가 있는 연립주택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그때만 해도 쌍팔년도식 기업의 회식문화가 다반사로 시행되던 시기라
고참들이 따라주면 주는대로 찍소리도 못하고 소줏잔을 맹물 마시듯 받아서 넙죽넙죽 먹어야만
상사들에게 그놈 직장생활 무난하게 한다는 인식을 시켜주고
별 무리없이 조직내부로 흡수, 융화되는 통과의례를 치루는듯 하는 시기였다
그 젊은나이에도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속도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그 상황에도 습관처럼 담배 한대를 물고 빨아대면 불쾌하게 올라오는 헛구역질 소리를 내어가며
부천역에서 전철을 타기위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고 긴 부천시장통의 통로를 지나가야 했다
싸구려 츄리닝을 팔던 옷가게,
정체를 모르는 육수였지만 아무튼 싸고 감칠맛 일품이었던 냉면,
나무로 짠 길고 좁은 의자에 앉아 이쑤시개로 순대를 뻘긋한 소금에 찍어먹던 기억이며
그 통로의 끝을 지나 전철을 타기 위해 부천역까지 수없이 다녔기 때문에 나중에는 어느 가게 사장님이
바뀌었는지를 알게 될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천시장을 갔었던건
결혼식을 앞두고 시장내에 안면이 제법 익은 한복집에 그래도 팔아준다고 아내와 한복 맞추러 갔던 기억이다
까마득히 잊어버린듯하던 그 부천시장의 기억을 다시 되살려준건
규리아빠였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보고 싶었던 곳이 부천시장의 이곳저곳 이었다니
더더욱 가슴 한구석이 짜르르 하다
여전히 부천시장통은 사람들로 시끄러웠다.
근데
잘 들어보면 '어디선가 누군가에~~'를 걸쭉하게 부르던 규리아빠가
허름한 순대국집 한구석자리에서 그 익살맞은 웃음소리를 내며 앉아있을것만 같았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