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님 아들입니다. 오늘 어머니 발인 잘 해드리고 집에 왔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아직 실감이 안 나네요. 일주일 전만 해도 통화를 주고 받던 엄마와 나. 물론 그 때는 약간 숨차서 전화 오래하는게 좀 힘든 것 같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 혈전이 원인인줄 알고 치료하면 금방 나아질거라 생각했어요. 11월 5일 화요일 21시에 핸드폰 반납하고 11월 6일 수요일 17시 반에 핸드폰 받았더니 그 사이에 엄마한테 믿을 수 없는 카톡이 몇 통 와 있더군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어서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간부님께 울면서 연락드리고 그 담날 아침에 바로 휴가 나와서 철원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택시타고 달려갔습니다. 9시반에 도착했는데, 예상보다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한 달 반 전 휴가 나왔을 때만 해도 멀쩡하던 울엄마가... 보자마자 눈물이 주륵주륵 하염없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말하기는 힘들어해도 의식은 분명하게 있었어요 제가 계속 엄마 손도 잡아주고 어깨도 쓰다듬었는데 엄마가 제 손을 몇 번 꽉 쥐어주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 아들 왔다고 하니까 힘들어서 눈도 못 뜨겠다고 얘기한 엄마. 그러다 한 번만 눈뜨고 아들 보라고 하니까 힘내서 눈 뜨고 아들 쳐다봤습니다. 손도 꼭 잡아주고 정말 마지막에는 아들아,, 부르길래 어, 엄마? 했더니 사랑해 라고 해줬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쓰면서 기억난건데 엄마가 이거 말고도 손 계속 잡으니까 덥다고 잠깐 손 좀 떼보라고 얘기도 하고(평소 엄마가 멀쩡했을 때의 모먼트랄까요 ㅎㅎ), 아빠가 허리 아프지 않냐고 베개 위치 조정해줄까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얘기하던 엄마.
엄마는 저가 온지 1시간 30분만에 서서히 호흡이 멎으시며 돌아가셨습니다. 다행히 임종 직전에는 그리 고통스럽지 않게 편안한 표정이셨습니다. 저를 보시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신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께 얘기듣기로는 저 도착하기 전 아침, 아들은 언제 오냐고 아빠한테 물어봤다고..
이쁜 울엄마
주름도 거의 없었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이리 빨리 갔는지
엄마한테 울엄마 벌써 마흔여덟이야?
울엄마가 곧 오십된다는 게 신기하네
라고 얘기하니
빨리 나이 먹어서
흰 머리도 많이 생기고 싶고
빨리 앞자리 5가 됐으면 좋겠다고..
엄마 핸폰은 일단 제가 전역할 때까지는 절대 없애지 않는걸로 했습니다. 동생도 동의했어요. 그리고 동행계정으로 이제 제가 휴가나왔을 때나 제 여동생이 가끔 소식 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제 입관하면서 엄마한테 쓴 편지
잘 읽어드리고 넣어드렸습니다.
내 목소리 잘 들었지 엄마?
<편지>
사랑하다는 말로도 모자란 우리 엄마에게
엄마, 안녕? 아마 이 편지는 내가 이때까지 엄마 생신이나 어버이날에 썼던 편지보다 훨씬 더 사랑을 많이 담게 될 것 같네. 엄마가 아름다운 저 천국으로 가고 나니,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특별한 사건 뭐 이런게 아니라 엄마와 우리 가족이 함께 보냈던 소소한 일상이었어. 나도 엄마를 좋은 곳으로 보내고 나서 더 뼈저리게 깨닳았네. 물론 우리 엄마 종종 크게 아팠어서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을 늘 소중히 여겨왔던 것 같아. 그래도 난 행운아인게, 엄마한테 정신적으로 '~이렇게 잘해드릴걸' 하는 후회는 없는 것 같아. 아들은 항상 엄마한테 내 진심을 다해 잘 표현해왔으니까. 물론 엄마가 짧은 이곳에서의 삶을 마치게 돼서 마음이 너무 찡해. 얼마전까지만 해도 엄마한테 아들이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태워줄테니까 아들이랑 스위스 가자 그랬었는데,, 중앙시장 가서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한게 진짜 얼마 안됐는데. 1~2주 전만 해도 본인은 과호흡으로 조금 힘든 상황이었는데, 아들은 그 정돈지도 모르고 철없이 군대에서의 나의 고민을 털어놨었네. 그래도 아들 걱정해서 진심으로 톡 남겨준 우리 엄마,, 이제 시시콜콜한 고민, 이야깃거리들 다 누구한테 얘기하지? 여튼 정신적으로는 엄마와 너무나 잘 지내왔지만, 물질적으로는 아들이 아직 해준 게 거의 없어서 참 아쉽네. 우리 엄마 아들 월급 선물도 아직 제대로 못받았지 않어? 어제 밤(11.7)에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엄마를 잊지 않으려고 머리속에서 바로 생각나는 엄마가 평소에 했던 말, 행동 다 메모장에 기록해뒀어. 앞으로도 중간중간 생각날 때마다 계속 기록할거야. 아들 이쁘다고 엉덩이 토닥이다가 "앗 다 큰 아들 엉덩이 이래 토닥여도 되나?"했던 우리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과자는 오징어땅콩, 오징어짚, 깐츄리콘, 새우깡 등등이었지. 아 맞다, 알새우칩도 엄마 좋아했다 그치? 맨날 과자먹다가 남아서 엄마가 좋아하는 비닐봉다리 가져오라고 했었잖아. 엄마 옆구리 한 번씩 콕 누르면 "엇, 하지마ㅡㅡ"하며 사랑의 눈빛으로 째려보던 우리 엄마모습. 벌써 그립다. 정말로 일상에서 엄마가 준 아낌없는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이었어.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의식을 거의 잃지 않고 아들을 눈뜨고 쳐다보며 온 힘을 다해 "아들 사랑해"를 외친 우리 엄마. 내 손 꼭 잡아준 우리 엄마. 그때의 엄마 손길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어제 밤에 우리 가족이 통화한 녹음본을 들었어. 아빠가 정말 녹음하길 잘한게 엄마 목소리와 말투가 마치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생생하더라. 그리고 녹음 분량도 꽤나 많아서 아들도 천국가기 전까지 아빠, 나, 여동생 모두 그 녹음본들 들으면서 빨리 엄마 보고 싶은 마음 그나마 달랠 수 있을 거 같아. 아빠가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놔서 엄마 사진이 수만장 있고, 동생이랑 내가 찍어놓은 영상들도 있고, 그거 안봤으면 밤에 잠 못 잤을 것 같아. 고마워 엄마. 얼마전만 해도 멀쩡했던 엄마가 지금은 이렇게 영정사진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것은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의 지금 당장 마음으로서는 많이 많이 슬프네. 그래도 계속 슬퍼하지는 않을게. 엄마가 나한테 엄마는 천국가는 거니 너무 슬퍼 말고 내 인생 잘 펼쳐나가라 했으니. 아들 여친 생기는 거, 결혼하는 거 보고싶다며,, 뭐가 그리 급해가지고 우리 엄마는.
친구같았던 우리 엄마. 다른 아주머니들한테 아들이 겉절이같은 음식도 잘해주고 엄마한테 친구처럼 살갑게 대해준다고 그렇게 자랑했다며. 엄마와 나, 함께한 시간동안 그래도 후회없이 많은 사랑을 나눴네, 그치? 아들도 엄마한테 정말 넘치는 사랑 받으면서 잘 자랐어.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준 사람, 완벽한 내 편인 우리 엄마.
아들도 엄마를 영원히 잊지 않고 엄마가 아들을 사랑해준 것보다 더 많이 엄마를 사랑할거야. 우리 또 곧 보자. 정말 정말 정말 사랑해.
언제나 엄마 품에 안겨있을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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