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현충원 은행나무길 -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미카엘2015ㅣ설본
2024.11.15 15:25 | 조회 224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_정유찬

가을에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노을 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이름다운

것들뿐이네

만추의 가을을 어디서 만끽할까 고민하다가 현충원의 내밀한 곳 은행나무 길을 골랐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현충원입구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해서 출근길에 들리기에는 쉽지 않지만 현충원에 도착하여 멀리 은행나무 길을 바라보니 노오란 황금빛으로 출렁이며 어서 오라 손짓을 하니 오르막길 용을 쓰며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소감은 시인의 마지막 절규처럼 ‘온통 이름다운 것들뿐이네’였습니다.

체코 프라하에는 연금술사와 금세공사들이 살았던 황금소로라는 관광지가 있는데 현충원의 은행나무 길은 길바닥이 온통 은행잎으로 뒤덮여있어 이곳이 진정한 황금소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황금빛이 쇠하지 않을 듯싶으니 바닥에 널려 있는 황금 보러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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