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범이야] 안타까움...

범이야l직본
2024.11.22 22:18 | 조회 8.1k

지난 주말에 김장을 하러 처가에 다녀 왔습니다..

작년 김장때의 소동 후에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김장을 하러 처가에 오는것은 이제 그만하기로

집사람과 합의를 했었다죠..

사실 저희집은 식탁에 김치가 잘 안올라옵니다..

집에서 김치를 사용하는 경우는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닭볶음탕

감자탕 등을 만들어 먹을때 뿐이라서

저 정도의 양은 시판 김치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기에..

물론 처가집 김치의 맛에는 크게 못미치겠지만

딱히 김치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 김장이란

일년만에 처갓집의 대식구들이 모여

웃고 즐기는 시간인데..

그 시간이 꼭 집사람과 장모님의

비수를 품은 독설로 시끄러워지니

그닥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죠..

트렁크 가득 김치를 담궈서 가져오면

작은통 4개는 우리집 소형김치냉장고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처가집의 김장김치의 맛에 중독된

지인들에게 나눠준다죠..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김치조차도

처가집 김치에 중독된 인천친구 딸이

절반정도는 또 가져간다죠 ㅋ

처가의 김장김치는 나름대로 매리트가

있습니다..

직접 재배한 강원도 고랭지 속 꽉찬 배추에

무,쑥갓,고춧가루,마늘,생강의 모든 양념이

장인과 장모가 직접 재배한 것들이라죠..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대면할때마다

막말퍼레이드를 벌이시는 장모님과

지지않고 이빨을 드러내며 싸우는 집사람의

모습이 너무 스트레스라서

"김치를 기다리는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제 김장하러는 그만가고!!!!

우리 먹는건 그냥 사먹고 말자!!!"

라고 집사람과 얘기가 끝났었다죠..

김장시즌이 다가오니

큰처남과 큰처형 셋째 처형은

처가에서 배추만 갖다가

집에서 셀프로 김장을 하겠다고 하길래

집사람에게 우리는 그마져도 하지 말자고

했었드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한테 김장하러 가겠다고 했어!!!"

"굳이????"

라고 한마디만 하구선 입을 닫았습니다..

일년에 한번 가는 처가행을

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막을수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처가에 가려는데

이사올때 새로산 청소기가 밧데리가 다 되었는지

시원치 않아서...

정말 꼭꼭 숨겨놨던 비자금으로 청소기를 하나

샀는데 그걸 마귀할멈이 차에 싣더군요!!!

"엄마 집 청소기가 너무 무거워!!!

이건 겁나 가볍네??

엄마 줄려고!!!"

허탈했지만 청소기와 장모님을 비교할수

없으니 ㅋ

사실 전 장모님을...

아주아주 많이 많이 싫어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용납을 할수 없는

막말퍼레이드를 꾸준하게 날려오셨기에

일일히 글로 옮기면 누워서 침뱉기라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결혼 3년차에는 온 식구들 앞에서

우리집과 저를 싸잡아서 도저히 참을수

없는 모욕감을 주셔서

제가 참다참다 폭발해서

처가집 전 식구들 앞에서 이혼하겠다

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누구도 저를 탓하지 않았다죠

어쨌든

전 장모를 정말 싫어했어요..

처가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밭에서 김장에 쓸 갓을 따고 계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오빠..엄마 목이 잘 안돌아가고

걷는게 힘들대!"

일년만에

올해로 87이신 장모님이 너무

많이 변하셨다는...

허리는 거의 90도로 숙여져서 피지를 못하시고

걸음도 종종걸음을 걸으시고...

그 심술가득했던 얼굴이

그냥 촌로가 되었다는...

여기저기 먼지가 수북히 쌓이고

지저분해진 집안들을 둘러보며

왠지 자꾸 슬픔과 안타까움이 밀려오더라는..

막내사위가 가져온 청소기가 너무 가볍고

좋다고 신나하시는데..

그렇게도 미워했던 장모님의 뒷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슬펐어요..

연세를 드시면서 입맛이 변하셔서

김치의 맛이 자꾸 짜지는데

짜지는 김치의 맛보다

자꾸 굽어지는 장모의 허리가

마음이 아프네요..

집사람이 굳이 김장을 하러 갔던 이유는

장모가 이제는 니들 김장을 배추 가져다가

니들이 담궈 먹으라고 했다는데

그 말의 속에는

'내 김장은 니들이 와서 해주고

니들껀 집에 가서 해라'

이거였는데 ㅋ

큰처남과 첫째 처형 셋째 처형이

배추만 쏠라당 갖고 토껴서

장모가 격노해서 전화로 또

쌍욕시전을 ㅋ

그래서

마누라랑 막내처남이 달려가고

난 영문도 모르고 따라가고 ㅋ

그래서 내년부터는 또 다 모이는걸로...

굽어진 장모님의 허리와 종종걸음이

마음 아팠던 올해의 김장도 끝!!!

근데 이제 저도 나이를 먹어서

집에와서 정리하고

이리저리 택배로 김치보내고나니

몸살났었다는...

남자의 갱년기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적겠구나 하는걸

몸이 말해주기 시작할때 시작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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