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는 너무 무섭고 불안하고 두렵고 유난히 춥게 시작했지만 서서히 적응하면서 아이들과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걸 하면서 행복하기도 했던 한해였어요.
2022년 아부지가 돌아가시고 저는 항상 생각했어요.
'아부지. 저희 자식들한테 암 같은 병을 물려주시지 않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요.
아버지는 고혈압과 당뇨는 있으셨지만 86세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전 늘 부모님이 암 같은 큰병을 안물려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해 8월에 제 바로위 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아서 우리 형제들 모두 멘붕이 왔었어요.
우리집에 암이 없는데 왜 갑자기 우리 언니한테 이런 병이...
제일 친한 사이가 나이차이 별로 안나는 자매인데 저보다 두살 많은 언니가 암에 걸려서 항암치료 받으러 다니고 머리 삭발하고 너무나 힘겹게 치료하는 걸 보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네요.
그래도 생각보다 잘 견뎌주는 언니 덕분에 처음 받았던 충격이 점차 무뎌질 즈음 이번엔 제가 위암이라네요.
제가 암에 걸리다니요ㅠ
아이들이 어려 엄마 손이 많이 갈 시기이고 신랑이랑 주말부부에 제가 회사까지 다니고 있어서 그런게 힘들고 스트레스였을까요.
아니면 제 성격이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고 완벽주의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그랬던건지....
평소에 맵고 짠 음식을 좋아했던게 문제였을까요.
그래도 나름 매일 운동도 다니고 회사생활도 재미있게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어떤게 스트레스였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어쨌든 작년 12월에 진단 받고 올해 1월에 수술후 평소에 식탐이 많던 저는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먹는 거에 있어서 제약을 받는다는게 참 슬프더라고요.
먹고 나면 배가 아프지만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식탐이 많은 사람이라 자꾸 과식을 하게 되고 그러고나면 배가 막 아프고....
배 아프면 찜찔팩 하면서 쉬면 좀 나아지고 그래왔어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12월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네요.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12월이 되고나니 자꾸만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나요.
진단 받았던 때,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공포, 두려움,
서울로 갈때마다 KTX역에 들어서는게 너무 무섭고 추웠던 느낌...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가는 걸텐데 나는 지금 무서운 병원에 가기 위해 여기에 온게 맞나, 믿고싶지 않고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초에는 수술하고 2월에 타지로 이사도 하고 막내가 학교 입학도 하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도 차차 적응하면서 그동안 애들 데리고 여행도 잘 못갔었는데 진단 받고나니 애들이랑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도 여행도 가고 애들과 함께 첫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다음주에는 처음으로 스키장도 가보려고 해요.
애들은 처음이라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막내가 늘 하는 말이 '엄마. 우리나라는 왜 눈이 안와요?'
그러거든요.
몇달전에는 가족사진도 찍었어요.
평소에 안하던걸 올해 다 해본 기분입니다.ㅎ
올해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저의 2024년은
유난히 춥고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 어느해보다 가족들과 행복했던 시간들도 많았고 소중한 추억도 많이 쌓은 해인 것 같아요.
모두들 새해에는 더더 건강해지시고 웃을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