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대장암 완치 후 10년 차 마지막 진료

씨아똥l대보
2024.12.29 02:06 | 조회 4.4k

대장암 발병 완치후 마지막 진료

10년전 대장암 발견 후

한 달을 기다려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4년6개월만에 종양내과 조기졸업

그후 5년이 지나는 2024년 11월

11월 1일 CT촬영과 채혈을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섰다.

채혈은 진료2시간전까지, CT촬영은 예약이 되어 있어서

시간을 지키려면 새벽에 출발해야했다.

매일 아침 식단

시간 맞추어 세브란스 암병원 도착

채혈실은 오전7시부터 오픈이지만 이미 많은 환자분들이 오셔서 대기하고 있었고

10분정도 기다려 채혈을 마쳤다.

내분비내과(갑상선암쎈타) 오전9시 진료

CT촬영 오전 12:00 예약

시간이 많이 남아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침에 준비해온 건강샌드위치를 펼쳐 놓고 아침식사를 먹으며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빵의 양을 절반으로

발병 소식에 땅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었던 일과

대장암 3기

5년 생존율이 75%라는 단어에 좌절해

아이들 결혼할 때 까지만이라도 살아달라는 소리없는 나의 외침은 허공에 메아리 쳤고

난생처음으로 나의 답답한 사연을

망고세알값 눈물세말이라는 제목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인 강석, 양희은씨가 진행하던 여성시대에 기고 했는데

어느날 아침 나의 사연이 흘러나와 뭔지 모를 희망에 안도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9시 진료시간을 기다렸다.

2014년 여성시대 채택선물

생존율75%라는 단어는 항상 나의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아들녀석 미국 유학 보내고

딸아이 결혼시키면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통에

앞으로 5년, 앞으로5년 하면서 지내왔다.

그렇게 앞으로5년, 5년이 벌써 10년째이고

5년은 계속 지속되고 있다.

10년째되는 11월 15일

대장암에 관한 세브란스병원의 진료는 마지막날이었다.

1주일전 채혈과 CT촬영을 했는데

결과를 보기 위한 마지막 진료

오후 3시10분 예약으로 시간이 많아서 느긋하게 출발

올림픽도로를 달려 가양대교를 건너 상암동 공원옆

다농마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상암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항암치료를 받으며 공원에 와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수시로 걷기를 했던곳

너무나 고마운곳이다.

멀리 하늘공원이 보인다.

걸어야한다고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렸던 일도 생생하다.

상암 월드컵공원

공원 호수주변을 거닐며

많이 걸어야한다는 교수님 말씀을 떠 올려본다.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무리하면 안된다는 말씀도 생각난다.

내나이와 비슷한 교수님

지금은 정년퇴임하셔서 용인세브란스 병원에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뵙고 싶어진다.

상암 월드컵공원 호수

첫 진료 후

교수님의 첫마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에 용기를 얹어 여기까지 왔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수술을 앞두고 교수님 진료가 있는 날이면

아내와 나는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했었고

교수님 진료실에 내가 찍은 야생화 사진을 액자에 넣어 예쁘게

놓아 드렸는데 언젠가 TV에서 대장암에 관한 방송이 나왔는데

아직도 나의 꽃사진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것을 보고 반가웠다.

상암월드컵 축구장

여름이면 우산을 받쳐들고 아내와 호수 주변을 걸으며

아이들 걱정에 자신의 아픔도 잊어버리고

항암치료의 후유증을 이겨나갔다.

월드컵공원 호수

12차례의 항암

너무나 힘들어서 중도포기를 생각도 했었지만

나중에 후회 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화살나무

어느날 찾아온 극심한 복통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복통이 심했던 이유는 매번 밍밍한 음식만 먹다보니

조금 좋아졌을때 매운것을 먹었던것이 탈이 난것 같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매운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 온다.

화살나무 열매

항암 부작용으로 입안이 모두 헐어서

물도 마시기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부터인가 물 비린내가 난다고해 물도 마시기 힘들어

궁리 끝에 커피를 한 두방울 떨어 뜨려 마시기도했다.

축구장앞 공연장

1주일은 정상인 1주일은 암환자로 6개월 힘들게 버텨냈다.

그렇게 힘들때 상암동공원은 아내와 나에게 많은것을 제공해주었기에

상암동공원에 오면 마음이 평안하다.

병원가는길이면 항상 지나치는곳 연희동 사거리

언제나 많은 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막히는곳이다.

연희동 사거리부근

막히는 길을 가다서기를 반복하며

연세세브란스병원 앞에 다다른다.

눈에 보이는 암병동 15층 병실에서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와

철길을 다라 달리는 기차를 보며 희망을 가졌던 날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동

병원에 도착해 점심을 해결하러 지하 2층 식당가로 향했다.

병원주변에 식당들도 있지만 항암 부작용으로 생긴 당뇨 전단계로

외식을 하고오면 당 스파이크가 많이 일어나서 가급적이면

외식을 줄이려고 한다.

지하 식당가에서 간단하게 먹고

오후 3시10분 진료시간을 맞추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했기에

병원뒤편에 있는 광혜원 산책을 하기로하고 3층으로 향했다.

암병원 3층

본관 건물로 이어지는 로비에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루돌프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가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크리스마스

예쁘게 단풍으로 염색을 한 모과 나무가 늦은 가을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아내를 뒤 따르며 가을의 풍경을 담아본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보는 세브란스병원의 가을풍경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모과나무 단풍

뒤 뜰 광혜원의 나무들도 울긋불긋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광헤원 뒷뜰

광혜원 옆에 자리잡은 건물

누구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건해지는 마음으로 지나온다

광혜원 앞뜰

광혜원을 나와 연세대학교 교정을 걷기로 하고

노란 단풍이 물든 이곳 저곳을 눈에 담았다.

연세대 캠퍼스

모과나무의 노란 단풍잎과

빨갛게 물든 ( 나무 이름이 생각안나요 ) 단풍잎이 잘 어울린다.

모과나무 단풍

늦 가을이지만 햇살이 따가웠다.

소매를 걷어 부치고 캠퍼스의 단풍길을 걷는 아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너무나 고맙다. 함께 해 주어서

연세대 캠퍼스 주 통행로

아들도 서울대 경영학과 , 연세대 경영학과에 응시했었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놓치고 다른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국내의 공기업에 취업한지

6개월이 되어가고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연세대 종합도서관

모두 지나온 시간이지만

현재의 상황에 고맙고 감사할뿐이다.

모두가 건강하면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에 큰 욕심이 없다.

수크령

벤치에 앉아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행복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수크령과 도서관

나도 아내가 아프기전까지는 현재의 행복이 가장 소중한 행복이라는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아내가 아프고난 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가을날 아내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가을 단풍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름모를 조형물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모든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생을 살겠노라고

두손모아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늘을 찌를듯한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잎이 한잎 두잎 떨어진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내년을 기약하는데

연세대 은행나무길

텅빈 의자의 주인은 어디를 갔을까?

그 주인공이 우리 부부일까?

벤치의 주인을 찾아 가을을 누빈다.

주인을 기다리는 벤취

학창시절 가을소풍에서 빨간 단풍잎을 따서

다칠세라 고이 가슴에 품고와 책갈피에 끼워 넣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 때 그 친구들은 어이서 무엇을할까?

단풍나무

빨간 손바닥 같은 단풍잎이 하늘을 수 놓고 있는 캠퍼스의 하늘

젊은시절이 그리워진다.

단풍나무

처음 보는 단풍잎이라 이름이 궁금했는데

중국단풍

중국단풍이라는 명찰이 붙어있다.

병원진료 마지막날을 반겨주는것인지

느티나무 단풍아래에서 까치가 우리를 반겨준다.

진료시간이 다 되었다고 어서 가 보고 오라 하는것 같다.

예감이 좋았다.

1주일전에 한 혈액검사와 CT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했다.

느티나무와 까치

까치도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쓸슬히 생활하는것 같아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똑 같다는 새각이 들었다.

까치집

이름 모를 수초의 모습이 가을가을하다

이름모를 수초

암예방쎈타 진료 결과를 보았는데

혈액 수치도 정상, 암 수치도 정상, 대장내시경 결과도 좋다고

이제는 병원에 오시지 말고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추적검사를

받는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하셨고

혈액 검사 결과지와 CT검사 결과 CD를 발급받아 병원을 나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천주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모든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병원을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TAKE OUT

커피를 손에 들고 다시 캠퍼스를 찾았다.

우리부부의 마음을 녹여주는 커피

이 기분을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캠퍼스의 가을을 가슴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아내와 빈 벤치에 앉았다.

꿈만 같은 10년

10년이란 세월을 24시간 아내와 함께했다.

친구들도 동창회도 모두 모두 멀어졌지만

아내의 건강한 모습으로 보상 받은 기분이다.

나이들어가면서 친구란 무엇인가에대한 생각도 해 보게 되는 요즘

친구 같은 아내가 최고라는 생각이든다.

단풍 풍경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데

커피를 구입하며 사온 호두과자를 아내에게 양보하지만

아내는 반씩 나눠 먹자며 나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여보~~~

이렇게 곁에 있어 주어서 ~~

나를 미워해도 좋으니까 옆에만 있어주기를 소망하는 하루

호두과자 한 알

멀리서 내려다보는 많은 환우분들에게

기적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며

세브란스 암병원

이름모를 단풍나무를 지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을아 내년에는 더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는 인사를 뒤로했다.

그렇게 초겨울의 하루가간다.

귀가길에 배가 고파서 대곶을 지나며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설렁탑집으로 들어갔다.

얼큰한음식을 먹고 싶지만 패스

담백하고 혈당이 덜 오르는 메뉴를 선택하다보니 설렁탕

설렁탕도 감사하다.

설렁탕 한그릇

긴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감사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하니

둥근보름달이 반겨준다.

오늘이 무슨날이지?

음력 10월15일 보름날이다.

어두운 세상을 대낮처럼 밝혀주는 둥그런 보름달에게

아픔으로 고생하시는 환우분들에게 빠른 쾌차를 기원하는

소원을 빌며 하루를 마칩니다.

환우여러분 힘내시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세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우리의 앞길을 비춰주는 보름달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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