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동행은 아주 특별하고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커뮤니티입니다.
아무나 가입할수도 없어요.
암을 만나야 가입할수 있습니다.
자유라는 신념이 온세계를 지배하는 21세기에
열이 받아도 악플도 못달고 소신이 있어도 정치싸움도 못하는
그 어떤 먼지 한톨이라도 투입될까
유료 광고조차 차단하는 자유자본주의의 외각지대.
오직 환우들의 환우들에 의한 환우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해서 이곳은 내 생각을 걸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곳입니다.
몇 개 예시로 이해를 도울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내 나이 이제 겨우 오십"
"우리 엄마 나이 이제 겨우 예순"
이런 단어 쓰지 마세요.
이곳에 입에 올리기도 싫은 이름들
소아암부터 10대 20대들이 투병을 하고 있고
이들을 붙잡고 1년만 10년만을 외치며 울부짖는
그들의 가족들이 있어요.
"검사 결과 기다리는데 만약 3기나 4기면 어쩌죠"
이런 말 일기장에 쓰세요.
본인의 두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여기 수많은 3기와 4기 환우들이 희망을 무기로
치병하고 있어요.
마치 3기나 4기가 되면 인생끝난다는 식의 패러다임 심지마시고
본인은 꼭 피해가고 싶다는 이기심도 굳이 들킬 필요없을 것 같아요.
"경부암 4기로 5년이상 사는 경우 있을까요?"
묻지 말고 검색하세요.
이 질문에는 경부암 4기로 5년이상 살기 힘들죠라는
불안감이 묻어나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렵게 해요.
맞아요, 처음 진단받고 안절부절 어렵고
도움 청하고 싶고 어디에 털어높고 싶고
그래서 동행이 존재하는 것 맞아요.
그런데 유감스럽게 여기 멀쩡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요.
다들 어렵고 아프도 불안하고 힘들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생각만 토해내는 것은
정말 이 소중한 커뮤너티에 어마어마한 빚을 지는 행위예요.
그래서 제가 빚을 갚아가면서 글을 적는 법을
예시로 다시 적어보아요.
"이곳에 젊은 환우분들도 많은데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줄 알지만
나이 오십에 암에 걸리고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남겨진 가족들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어서 글을 남겨봅니다"
"검사 결과 기다리면서 만약 암이라도
이겨낼수 있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곳에 많은 분들이 기수와 상관없이 열심히 이겨내시는 모습을 보는데도
제가 진단 시점이라 마음이 불안해서 무례하게도 이런 속내를 보이게 됩니다"
결론은 이래요.
자기말을 하고 싶으면
이 곳에 있는 환우들을 먼저 살펴보고 그들의 아픔과 처지를 먼저 짚어보고
그리하여 그들에게 공감과 연민 혹은 지지하는 내용으로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할수 있는 "자격"을 갖춘후에
자기 말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너무 화가 나는건
최소한 이곳에서 다른 사람의 아픈 글을
단 한번도 읽어보지도 않은것 같아서,
남들이야 어떠하건
내 정보만 얻고 내 상황만 말하고 싶은 것 같아서,
이 자격없음이
이 아름다운 동행에서
이 아픈이들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아서
정말 몇일을 참다가 이렇게 노여움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
내가 하고싶은 말을
내 생각대로 해도 되는 자유따위 없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