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서촌 풍경 -고현헤의 '결혼'

미카엘2015ㅣ설본
2025.02.20 11:36 | 조회 176

아주 오랜만에 서촌을 방문했습니다. 영하의 날씨라고 하지만 햇볕이 어찌나 포근하던지 볕이 있는 곳을 거닐 때는 봄이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서촌을 찾은 이유는 올겨울에 회를 먹은 기억이 없음을 깨닫고 카이센동으로 유명한 서촌 맛집을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일 년 만에 들린 그 집은 신선한 해산물의 맛을 그대로 살려 먹는 내내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속으로 감탄을 하며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소확행의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전도서를 쓴 솔로몬이 세상 모든 것이 다 허무하지만 바로 이런 순간만은 헛되지 않다고 말한 바로 그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식당 바로 앞에는 유명한 에그 타르트 집이 있어 집에서 내려온 커피랑 먹을 요량으로 두 개를 구입하였습니다. 제가 외출할 때 커피를 내려가는 이유는 커피값을 아끼려는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내가 탄 커피보다 대부분 맛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내가 저의 증인입니다.

홍건익 가옥으로 향하던 중 눈썰미 좋은 아내가 새롭게 오픈한 한옥집을 발견하여 들어가 보니 그곳은 서울시에서 한옥을 구입해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만든 ‘서촌 라운지’였습니다. 규모가 작지만 예술작품들도 구경할 수 있고 이층에는 소파를 마련하여 잠시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만들었더군요. 수요일 평일이라 저희 말고는 손님이 없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쉬다가 나왔습니다. 서촌 가실 일 있으면 꼭 들러보세요

서촌 풍경과 고현혜 시인의 ‘결혼’이라는 시 한편 보냅니다. 얼마 전 지인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하여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지켜보며 이 성스러운 순간 신랑 신부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고 또 나는 결혼하면서 어떤 마음이었나 돌이켜 보며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결혼할 때 우리는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당신과 같은 주소를 갖고 싶었습니다

기다림 밴 맑은 물

하얀 쌀 씻으며

밤이면 내게 돌아올 당신을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왠지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당신과 같은 열쇠를 사용하면

닫힌 열쇠 구멍 속에 우리만의 천국을 이루고

지쳐버린 하루의 끝엔 둥근 당신의 팔 베고

그대 숨소리 들으며 잠들고 싶었습니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하나를 둘로 나누는 것보다 어렵고

두 외길이

한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통과 아픔이 따름을 알면서도

내 이 길을 선택함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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