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만 33살, 투병 1년 4개월. 신랑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이참새l유잉보
2025.05.14 10:59 | 조회 4.9k

처음 소장에 혹을 발견하고, 수술하고 나서 두번의 조직검사 후 어렵게 병명이 나왔을때

정말 생소한 이름이었어요.

유잉육종이라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름이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던게 엊그제 같네요.

남들은 뼈나 근육에 생긴다는데 저희 신랑은 소장에 생겼고 애초에 희귀암이지만 더 희귀한 케이스라고 했어요.

다른 것 보다도, 재발과 전이가 잦은 암이라고 해서 그 부분이 처음부터 가장 두려웠던 것 같아요.

아산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을 했고, 담당 교수는 종양내과 김형돈 교수였습니다.

좋은 병원이라고 교수들도 다 좋은거 절대 아닙니다. 무지했던 제가 후회스러워요...

이 교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제 미련일 뿐이겠죠.

9개월간의 항암 동안 너무나 컨디션이 좋아서, 먹고 싶은거 마음껏 먹고 놀러다닐거 다 놀러다니고

정말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고 희망찼던 9개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항암이 끝난 지난 12월, CT상으로도 깨끗하다고 했고 추적관찰만 하자고 했죠.

그리고 3주 만에 복막에 손쓸 수 없이 전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4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힘들게 힘들게 버티다가 결국엔 제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저희는 10년을 연애했어요. 결혼 생활은 5년.

신랑이 아이를 많이 갖고 싶어했고 제가 갈팡질팡 하는 동안 병이 생겨버렸어요.

항암이 끝날때쯤, 몇개월 지나면 이제 아이도 갖자고, 사랑한다며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면서 이야기했었는데

결국 저희가 꿈꿨던것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직 젊으니, 주변에서는 제가 얼른 털고 일어나서 새출발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흘려듣고는 있지만

누가 제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때마다 신랑 옆으로 가는 날 가까워온다는 사실만이 저의 유일한 기쁨이네요.

저도 천년 만년 살지는 않겠죠. 언젠가 저도 큰 병을 얻어서 이 카페에 다시 들어올 날이 있을 수도 있겠죠.

다만 신랑을 보내고 나서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잡으려고 애써봤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전에는 제가 큰 병에 걸리면 너무나 두렵고 무서울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20대 한창 예쁠 때 만나, 졸업하고,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며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함께 했고

늘 제 편이었고 저를 너무나 사랑해주었던 사람.

앞으로 그 없이 살아갈 날이 막막하지만 이 생에서의 인연은 끝이났고

이제부터는 저의 미련과 집착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낸 모든 분들께 존경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글을 남깁니다.

치료를 하고 계시는 분들께는 행운과 기적이 따르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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