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샷추가녹차라떼님 글에 댓글로 달려다 제 얘기만 너무 긴 것 같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제 할머니는 99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친정부모님께서 모시고 사신 것만 해도 30년쯤 됩니다.
시아버님은 올해 90세, 시어머님은 85세이십니다. 제가 올해로 21년째 뵙습니다. 1년에 최소 30번 이상은 뵈었습니다.
오래 사신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이 연세가 드실수록 고통을 잘 느끼시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예민보쓰라서 어르신들의 컨디션이 달라지는 걸 잘 알아채는 편인데, 한결 같이 힘이 없을 뿐 아픈 곳은 없다고들 하십니다.
올 초에는 폐암 환자이신 시아버님께서 폐렴이 걸리셔서 한동안 힘드신 일이 있었답니다. 분명 가래도 좀 더 심해지시고 만져보면 따끈한데 아프지 않다고 하시니.. 체온계를 대어보니 38도를 훨씬 넘습니다. 응급실 가셨습니다. 초고령 어르신, 게다가 폐암 환자의 폐렴은 정말 위험합니다. 요새는 거의 뵐 때마다 이마를 짚어보고 따끈하다 싶으면 체온계를 대어봅니다.
시어머님.. 요새 치과 치료중이십니다. 올 초에 치아 하나가 부러지셔서 시작했는데, 치아 상태가..ㅠㅠ 빠지기 직전인 치아도 있고, 잇몸에 고름주머니가 그냥 봐도 보일 정도인 곳도 있습니다. 안 불편하실 수도 없고, 안 아프실 수가 없는데.. 아프다는 얘기가 없으셨어요. 식사하시다가 불편을 호소하시는 일도 많지 않으셨고.. 임플란트 시술 중이신데 타이레놀 한 알을 안 드시네요.
두 분 다 예전부터 자식들 배려하시는 분들이시긴 한데, 그래도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라든지 어느 병원 가면 좋겠냐든지.. 하다못해 파스 붙여달라든지 고통에 대한 얘길 하시긴 했는데, 근처로 이사시켜드린 후에 일주일에 몇 번도 뵙는 요새는 오히려 표시가 안 나요.
엄마에게 대단한 시어머니셨던 울할머니.. 식사도 까다롭고, 화장실 문제도 까다롭고.. 낙상 이후에 다친 팔 때문에 진통제 포함 각종 약을 들고 사시던 분이 어느 순간 약을 안 찾으십니다. 문제는 안 아프다고(수치상 아픈 게 당연한 상태) 드셔야 할 약도 안 드십니다. 변비로 진료 받은 후에 드셔야 하는 약까지 다 마다하셔서 엄마를 또 고생시키시고.. 불편을 못 느끼신 것 같아요. 식사는 빼먹지 않고 하셨거든요.
암튼.. 80대를 넘기시면서 이렇게나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시더라구요. 더위가 찾아오니 시부모님은 열사병 걸리실까 걱정입니다. 더위에도 둔감해지시는 것 같아요. 여름마다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 중에 밭에 나가셨다가 돌아가시는 80대 즈음 어르신들, 예전엔 더운데 어떻게 밭일을 하실 수 있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진짜 더위를 덜 느끼시나보다 싶습니다. 감각 신경도 오래 쓰면 망가지는 건가 싶기도 해요.
어르신들 아프지 않다고 하신다고 그런가보다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쓸데 없는 얘기가 길어진 것 같긴 한데.. 라떼님글에 어르신들이 너무 참으신다는 댓글을 보고 제가 초고령 어르신들을 뵈며 든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갑자기 낮기온이 34도가 되니 좀 이따 퇴근하면 잠깐 들려봐야겠습니다. 요양보호사님 계신 동안은 요양사님 더워하시니 에어컨 좀 켜드리라고 잔소리도 좀 하구요. 그래야 두 분 열사병 위험도 떨어질테니 말이죠.
갑자기 더워진 여름, 모두 잘 견뎌내시길 응원합니다. 특별히 고령의 어르신들을 보살피시는 자녀 보호자분들 조금 더 신경써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