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의 병가를 마치고 복직했습니다.
설레기도 하지만 살이 빠져 휘청이는 몸으로는 하루의 일과를 다 소화하기가 어렵습니다. 공강 시간에 휴게실에 누워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동료들이 따뜻하게 맞아줘서 좋았습니다. 보고 싶었다고, 아프지 말라고 조잘대는 아이들 보니 힘이 납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쓰러지기 바빠서 동행에 들어올 엄두가 안 났는데 새벽에 깨어 서성이다 글을 씁니다.
위암 4기 복막전이 환자의 임상 1년의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제가 본 희망의 증거들을 알립니다.
2022년 위암 1기c 또는 2기a 진단,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의 전이 없음: 9월에 전절제 수술
항암은 선택이라고 하였는데 항암 안하는 것으로 결정
(동행에 문의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공격적 항암을 권하셨는데 항암이 무섭기도 하고 저보다 3년 일찍 수술하신 아버지도 1기로 항암 안 하셨기에 괜찮을 줄 알고 항암을 안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때 항암을 했으면 복막 전이가 안되었을까 하는 후회도 하긴 하지만 항암 이력이 없어 임상에 선발되었고 항암을 해도 전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항암을 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봄 정기 검진에서 전이 소견으로 pet ct 찍음, 복막전이 판정으로 외과에서 종양 내과로 보내짐
허투 음성, 클라우딘 음성으로 표적 항암 불가능, 세포독성과 면역 항암 시작
2024년 6월부터 ts-1, 옥살리플라틴 주사, 옵디보 면역 항암제, 신약(명역 항암의 부스터 역할?) 임상 시작
ts-1은 부작용으로 두 번의 감량, 옥살리플라틴은 10회차 시 이상 반응(발진과 발열)으로 중간에 멈춤, 11차시부터는 옥살리플라틴 빠짐
2025년 5월: 다리가 부어 혈액 검사와 전신 ct 검사로 항암 못함, 검사 결과 이상 없어 다시 항암 시작
2025년 6월: 구내염,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은 없이 손발 저림과 불면증으로 약 처방 받으며 치료
병가로 쉬는 있는 동안 아버지 보호자로 아산병원 외과를 방문했습니다. 검사 결과 5년차 산정특례 졸업하셨습니다. 교수님께 저도 수술 받고 현재 항암 중이라 말씀드리니 이것 저것 물어보시며 덕담도 해 주셨습니다. 원래 복막전이는 6개월 보는데 1년이상 버텼으니 희망이 있다고, 전전에 들어오신 머리 하얀 남자분 복막전이 5년차이신데 건강하시다고 그러니 잘 버텨보라고 하셨습니다. 속으로 5년 이상 15년, 50년 버티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위암 진단을 받고 힘들어할 때 선배의 지인의 소개 받았는데 지금까지 제 멘토이신 분이 있습니다.
대장암 4기로 현재 10년차로 서울대 병원에서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제가 항암 받을 때마다 고기도 사 주시고 지쳐서 힘들어 할 때마다 쓴 소리도 하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 분은 캣맘이기도 하셔서 만날 때 마다 고양이 간식을 챙겨서 공원이나 골목의 고양이들을 먹이십니다. 저녁에 전화할 때면 고양이 밥 주러 가야하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실 때도 많았습니다.
이분의 영향으로 저도 주변의 길고양이들에게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양재천에도 장미정원에도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병들어 아파하는 여윈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입이 아파 건식 사료를 못 먹는 아이, 사람들 보면 바들바들 떨며 도망가는 아이들 보며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동네의 캣맘을 도우며 산책 겸 길고양이들 밥을 주러 다닙니다. 왜 고양이 밥 주러 다니냐고 소리치는 아저씨들 만날까 두려워 하며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입이 아픈 아이들은 건식을 못 먹고 츄르나 부드러운 캔을 먹어야 하여 주문도 해 두었습니다.
학교에도 교실에 못 있고 길고양이처럼 숨을 곳을 찾아다니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를 잡고 이야기를 하기에는 제가 전문 지식도 없고 에너지도 없습니다. 상담은 상담 선생님께서 하실테니 저는 젤리나 하나 주면서 ‘과학실에 젤리 많으니 먹고 싶으면 와’ 하고 말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아프기 전이라면 하질 않던 감성적인 일들을 하는 이유는 사실 제가 신과 딜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성당에서 가여운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납작 엎드려 기도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반항심에 딜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거기 위에 심심하고 할 일도 없다는데 난 여기서 내 할 일 할테니 좀 천천히 데려가심이 어떨지지요. 주사위 놀이하는 도박사, 눈먼 시계공이라는 조롱 안 듣고 싶으면 좀 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