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수원에 사는 딸네 식구가 다녀갔어요.
딸과 사위는 목동에서 5시에 회의가 있다고 손자를 우리 집에 맡겨놓고 회의장에 갔어요. 딸과 손자는 지난 2월 같이 제주도를 다녀 온 후 처음 보는 거였어요. 5월 어버이날 무렵에도 일이 있어 못 오고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 생신에 같이 가려고 했는데 그 때도 바빠서 못 갔어요.5개월 만이네요. 딸도 맞벌이라 바쁘고 초4학년인 손자도 바빠요.
주중에는 학원을 다니고 토요일엔 농구를 배운다니 얼굴 보기가 만만치 않아요.
4시반 경에 왔는데 손자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와서 깜짝 놀랐어요. 일본 갔을 때랑 제주도 갔을 때 우리랑 다니며 즐거워 해서 내심 뭐하고 놀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웬 가방이냐고 했더니 숙제를 해야된다고 식탁에
앉자마자 수학 문제집을 꺼내 풀기 시작하더군요. 옆에 가서 슬쩍 봤더니 문제가 꽤 어려워서 이게
몇 학년 과정이냐고 물었더니 중1과정 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중1 과정도 넘는 거 같았어요.
간식을 챙겨 주려니까 공부할 때는 안 먹는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영어 숙제는 집에서 하고 왔다더군요. 내일까지 하면 되는데 내일은 쉬려고
오늘 다 할거라고 했어요.
딸이 코엑스마곡에 최근에 생긴 닭갈비 집 주소를 보내주면서 거기서 저녁을 먹자고 했거든요.
손자가 저녁에 뭘 먹을거냐고 묻길래 너가 좋아하는 고기, 떡갈비, 김, 치즈도 있고 하면서
말해줬더니 그러면 집에서 밥을 먹겠대요. 그러면서 계속 문제집을 풀더군요. 아무래도 밖에 나가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질 않았나봐요
나는 나가서 먹는다고해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딸이 7시경에 끝날 거 갔다고 전화를 했는데
손자가 할머니네 먹을 게 많아서 집에서 밥을
먹겠다고 엄마, 아빠는 밖에서 식사하시고 9시쯤
오라는 거에요. 자기가 9시쯤 숙제가 끝날거 같다구요. 저녁에 좋아하는 고기도 많이 먹지도
않더군요. 저녁 먹는 시간을 빼고는 꼬박 앉아 숙제를 하는데 너무 놀랬어요. 저녁 식사시간을
빼고 꼬박 3시간 이상을 앉아 숙제를 했어요.
영어, 수학 모두 선진도를 나가고 있어서 학교에서는 공부 시간에 뭘 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거기다 독해력 공부도 하고 있었구요.
나중에 딸에게 중1수학이 왜 이렇게 어렵냐구 물어봤더니 교과서는 쉬운데 학원 교재라 어렵다고
하더군요. 자기가 해야 할 과제라고 한눈 팔지도
않고 집중해서 하고 있는 손자를 보면서 너무
측은한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텐데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하는 걸 보면 요즘 애들이 다 그렇게
공부에 치이고 있는건지...(딸 네 동네 애들은 거의 그렇게 한대요)
딸이 늦은 시각에 퇴근해도 꼭 그 날 숙제를 체크한대요. 그러는 딸은 또 얼마나 힘들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꽤 많을 텐데요.
요즘 같으면 난 부모 노릇 제대로 못 할거 같아요.
나이를 많이 먹은게 다행이에요.
손자 학원 방학이 있어서 27일에 우리 집에 와서
2박하고 갈 거에요. 그 때도 와서 숙제만 하고 갈 거냐고 했더니 그 때는 좀 놀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난 번 유명산휴양림에서 손자 준다고 조르고 졸라서 사온 딱다구리 소리내는 목공예(쌤플)
장난감과 내가 손뜨개한 귀여운 토끼 키링을 줬어요. 손자 애착 인형이 토끼거든요.
27일에 오면 같이 뭘 할까 궁리중이에요.
하루는 산에 데려 가고 마곡 코엑스 구경도 시켜주고 싶은데...
숙제는 또 갖고 오겠죠.
학원이 방학이라고 숙제를 안 내주진 않겠지요.
나도 40여년을 직장 생활을 했지만 지금처럼
전투적으로 살진 않았는데...
요즘은 엄마, 아빠 노릇도 너무 힘든 세상이네요.
그 사이에 끼인 애들도 힘들구요. ㅠㅠ
예전에는 서울로 이사오면 손자 픽업 해준다고
했었는데...지금 상황이라면 너무 힘든 일이죠.
손자가 지치지 않고 잘 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