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구보다 어둡고 무섭고 아픈 길을 걷고 있는 엄마.
병실에서 ‘언제쯤 퇴원할지’가 아니라 ‘언제쯤이 끝일지’를 기다리는 우리가 가끔 외딴 섬 같다고 느껴요.
6번 자리 환자는 내일 퇴원하는 것 같던데, 2번 자리 환자는 얼마 안있다 집에 가는 것 같던데.
즐겁게 집에 가는 다른 환자들 너머, 우리는 어디 쯤부터 낭떠러지일지 모르는 이 길을 걷고 있네요.
항상 저는 생각했어요.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인 엄마가, 조금이라도 짊어진 고통을 덜어드릴 방법이 없는지… 어쩌면 저의 한 평생 그랬던 것 같아요.
병실에서 아파서 뒹굴며 우는 엄마한테 상태가 어떤지, 얼마나 아픈지, 들어간 약 땜에 불편한건 없는지 끊임없이 귀찮게 하면서도
뒤에선 이 약이 들어가면 덜 아플까, 저 약이 있으면 덜 고통스러울까 고민하며 내 24시간을 보내요.
작년의 저만해도 늘… 엄마를 생각하는 자식으로서의 마음을 너무 엄마한테 인정 받고 싶었어요.
갑작스럽게 이 나이에 가장이 되었을 때도, 엄마를 뭐 하나 더 먹이고 싶어서 투잡을 뛸 때도… 그저 그냥 ‘엄마한테 둘도 없는 최고의 딸’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어요.
그런데 엄마, 이젠 그런 제 마음도 그냥 제 욕심이네요.
이렇게 엄마가 아픈데,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아픈 엄마 대신 아파줄수도, 내 수명을 떼서 대신 내어 줄수도 없는데…
그깟 자식으로서의 타이틀이 뭐가 중요한지…
오늘 엄마가 새벽에 울면서 “살아서 뭐하냐, (이렇게 아프니) 그냥 죽는게 낫다” 매일같이 병실에서 했던 말.
오늘따라 맘이 아프고 속이 상해서 너무 듣기 힘든 나머지 나보고 어떡하라는거냐 라고 말해버렸네요
울면서 다 싫다며 부모 위로도 못해줄 자식이라면 다 하지 말라는 엄마가… 순간 너무 미웠지만…
이 순간의 감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요
고통속에 버티고 있는 엄마 옆에서 제가 대신 아파줄 수 없으니 아파서 잠못드는 밤을 같이 버티고
엄마가 나에게 힘든 순간 나쁜 말들을 다… 쏟아내도 이걸 받아내서 엄마가 조금이라도 괜찮다면 그거면 돼요
엄마, 착한 딸. 최고의 딸… 타이틀 이젠 욕심 안나요
엄마한테 나쁜 딸, 못된 딸 하더라도…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계속 옆에 있을게요
이제 내 마음 속상한 것도 말 안할게요 나도 이만큼 엄마 생각한다고 한 말이었는데… 다 소용없는 걸 이제 알았네요
나쁜 딸이라 다 싫으니 하지말라해도 난 엄마 자식이니까 끝까지 곁에 있을거에요
견디기 힘든 고통과 현실에, 엄마 혼자 두지 않을거에요
평생… 내가 애쓰는 만큼의 마음을 엄마가 많이 못알아준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거 못알아줘도 이제 괜찮아요
엄마가 가야만 하는 어려운 길이 너무 원망스럽지만,
행여나 찾아올 이별에도 나… 엄마가 준 모든 걸 안고 기안죽고 살게요
미안해요, 잘 자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