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지내다
6월초 신장암(신세포암) 췌장 전이로 4기 진단을 받고 현재 4차까지 항암(옵디보+카보메틱스)을 진행한 상태입니다.
제가 이 두서없는 글을 쓰는 이유는
그동안 카페 회원분들께서 올려주신 아주 사소한 것들도
제가 힘들었을 때 매우 큰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항암을 이제 막 시작하게되어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것저것 찾아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단 한분에게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수족 증후군이 호전된 지금 글을 씁니다.
먼저 제 배경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VHL이라는 증후군을 평생 앓고 있었고 이 질환은 종양생성을 억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뇌, 신장 등에 종양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증후군입니다.
그래서 15살에 처음으로 소뇌 아세포혈관종(뇌종양)으로 전신마취 개두술을 하였고,
현재 하고 있는 항암 이전까지 20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신세포암 병변이 4차례 발생하여 2차례의 전신마취 개복술, 2차례의 고주파 열치료를 받았으며
뇌종양 치료를 위해 감마나이프를 시행하였습니다.
운 좋게도? 여태까지 받았던 수술, 치료 들은 모두
일주일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입원해서 치료를 하면 100% 완치가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항암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항암을 하면서 제가 울다가, 웃다가, 감정이나 생각들을 소화시키면서
느꼈던 것들 및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한 것들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1. 불확실성을 두려워 하지 않기
파워 J인 저는 해외여행을 갈때도 엑셀로 일정표를 짜서 가야 마음이 편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항암은 너무나 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의 연속이더라구요.
처음으로 외과 교수님이 아닌 종양내과 교수님을 만났을때,
완치가 가능하냐,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냐, 약물로 인한 효과는 어느정도냐 등등을 여쭈었는데
장담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 것이 저는 가장 힘들었습니다.
물론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항암이 힘드시겠지만
저는 한창 일을 하고 있었고, 커리어 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였으며,
게다가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두명 키우고 있었고,
양가 부모님 모두 전적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언제까지 불확실하게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은 참 답답하고 절망적이었습니다.
췌장암 4기인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이 모든게 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일주일 가량 매일 울다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가 또 울다가 하면서
감정을 꼭꼭 씹어 소화시켰습니다.
절대 익숙해질 것 같지 않던 항암생활도 결국은 익숙해지더라구요.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여행 중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면 해결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일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1년뒤, 한달뒤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내가 뭔가 애쓰려고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고 흘러가는대로 둬보자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2.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그러다보니 그럼 이제 하염없는 항암 생활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내야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내가 마음이 힘들고 두려운 것의 실체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바와 같이 저는 짧은 평생동안 죽음의 문턱까지 꽤나 많이 드나들었던 사람이라,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쉬움 없이 죽을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살아야 충분히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들이죠.
저의 결론은,
제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지내게 되는 상황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남편 미안해.. ㅎㅎ)
질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제 사랑이 컸기 때문에 따라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니 제가 가야하는 길이 보이더군요.
막연한 두려움과 절망감을 밀어내고,
내가 아이들을 이만큼 사랑하는 만큼 지금 매순간, 매일,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고 많이 표현하자라는 마음이
자리잡았습니다.
앞으로 50년, 60년 동안 줄 사랑을 지금 최선을 다해 인텐시브하게 주려고 노력중입니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더 진지하게 묻게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죽기 전에 '~~ 해볼걸' 아쉬워 할만한게 무엇이 있는지
갑자기 많아 진 시간 동안 천천히 숙고해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니 돈이니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 중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당장 실행에 옮기며,
없어질까 두려웠던 나의 시간들을 더 소중하게 다루고 즐겁고 행복하게 채우려고 노력중입니다.
3. 믿을만한 사람들에게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
저는 평생 병원과 가까이 지내왔기 때문에 더더욱 아픈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도 대략적인 상황만 이야기 했을 뿐 제 병명을 이야기 하지 않았고,
회사를 다닐때도 수술을 받아야 하면 단순 휴가를 간다며 제 연차를 소진해 수술을 받고
실밥도 빼지 않은 상태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복귀해 일을 했습니다.
제가 아픈 얘기를 하면 저를 환자로 대할테고 동정을 받는 것이 싫었어요,
회사에서는 일이 아닌 이런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게 싫고 책 잡히는게 싫었구요.
또 제 스스로에게도 지는 느낌이 드는게 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더라구요.
내가 참고 내가 괜찮은 척 한다고 되는게 아닌게 항암이었습니다.
전신 발진, 수족 증후군, 갑상선 저하증, 머리색깔의 변화(흰머리) 등등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숨기고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13년의 회사생활 동안 처음으로 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1년간의 병가를 신청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그 과정에서 제 상사, 친한 직장 동료, 직속 임원 등은
제 우려보다 덤덤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인데 여태 그렇게 회사를 어떻게 다녔냐하며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몸 잘챙겨서 꼭 다시 복귀해라,
최대한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할테니 치료말고 다른건 신경쓰지 말아라 해주셨습니다.
또한 제가 믿을만한 친구들에게도 이야기 했을 때,
항암에 좋다는 것들을 검색해서 바리바리 싸오고 평소처럼 얼굴보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주는 것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항암 과정도 과정이지만 타인의 시선과 배려없는 그들의 멘트가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 사실 입니다.
하지만 믿을만한 사람에 한해서라면
제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저에게는 이 상황을 소화시키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간단히 약속을 잡아 외출을 하는 것도
아직 내가 사회에 속해 있는 느낌도 받을 수 있고 확실히 기분 전환도 되구요.
옛말에 '병은 널리 알려야 빨리 낫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나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4. 꿀템들 (수족증후군: 보습양말, 면장갑 // 구내염: 중조가글)
1) 수족증후군
항암에는 정말 많은 부작용이 있는데,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건 수족증후군입니다.
(너무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고, 교수님과 상의해 현재 일주일 간 휴약중입니다.)
3차까지 수족증후군은 전혀 기미가 없길래 방심하고
손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제 불찰이죠 ㅜㅠ)
그러다 4차 이후 갑자기 수족증후군이 생겼는데,
이게 진행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주말까지 아이들과 외출도 했었는데,
나 이제 이 약 못먹겠다 내가 당장 죽게 생겼다해서 휴약한게 그 다음주 목요일이었으니까요.
손가락 끝, 발바닥 여러군데 수포가 점점 많아지고 심해지면서 올라오는데,
화장실 까지 걷는것도 식은땀이 줄줄나고 손가락은 아예 쓸 수 없고 젓가락 사용은 당연히 불가며
식사도 숟가락으로 겨우 퍼먹었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거의 죽음의 고통입니다.
휴약하면서 교수님이 마약성 진통제 처방해주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카페 글을 찾다가
어떤 분이 수족증후군은 답 없다, 부지런한 관리만이 살길이다 하시면서 보습 양말과 면장갑을 추천해주셨는데,
이게 저를 살렸습니다.
쿠팡에 파는 안에가 실리콘으로 된 보습양말인데 (전혀전혀 광고 아닙니다.)
일단 이게 엄청 푹신해서 걸을 때 덜 아파요.
유리아 듬뿍 바르고 신고 있으면 흡수도 잘되고 확실히 수포가 좀 나아지는게 확연히 보입니다.
손은 실리콘 장갑은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면 100% 장갑을 껴봤는데,
유리아 듬뿍 바르고 피부과에서 처방해준 스테로이트 연고까지 바르고 끼고 자면 확실히 나아집니다.
물 묻히는게 안좋다고 해서
면장갑끼고 그 위에 (역시 쿠팡에서 파는)니트릴 장갑끼니 간단한 요리도 가능했습니다.
아픈데 참지 마세요 진짜 ㅜㅜ 제가 휴약하기 싫어서 이를 악 물고 참았는데
항암 어차피 1,2주 하는거 아니니 너무 힘들면 교수님한테 말씀드리고 꼭 상의해보세요.
2) 구내염
처음 항암 시작한날 구내염은 예방이 중요하다 하시면서 (지금보니 수족증후군도 예방이 중요합니다.)
중조가글이랑 탄툼을 미리 처방해주셔서 매일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탄툼은 하고 나면 입이 너무 마비되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은 중조가글만 하고 있는데 다행히 여태 구내염 증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가끔 카페 글보면 구내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던데,
구내염도 생기면 식사도 못하고 너무 아프고 고생이잖아요 ㅜ
저는 증상 없을 땐 중조가글 욕실 갈때마다 수시로(저는 하루에 5,6번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 입안이 따끔거릴랑 말랑 할땐 바로 식후, 자기전 4번정도 탄툼 가글 해주면
하루만에도 좋아졌습니다.
병원마다, 교수님마다 예방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들은 처방해주시는 것들이 다른 것 같은데
요 중조가글은 진짜 꼭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매일 내 몸에 말을 걸고 확언 명상을 합니다.
'나는 건강하다.'
'내 몸은 깨끗하다.'
암이 생긴 이상 어쩌겠습니까 이겨내야죠,
저는 오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해 하루를 즐겁게 살아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환우분들 모두 행복하고, 즐겁고, 마음 편한 하루 되시길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