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빠는 아프시기 전까지는 정말 체력이 말도 안 되게 좋은 분이셨는데요. 특별히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산 꼭대기까지 숨 한 번 안 차고 웃으면서 올라가실 정도였어요. 20대 후반인 오빠보다도 힘들어하는 걸 50대인 저희 아빠는 힘들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셨고요.
그러다 암 진단을 받고 항암을 하고... 항암 횟수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다 패혈증이 왔고... 중환자실 들어갈 때만 해도 간호사 선생님께서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하셨는데 24시간도 안 돼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다는 연락을 받았었고... 그때도 ‘역시 우리 아빠’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은 두 번째 항암제가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지네요. 거동도 병실 침대에서 화장실만 천천히 왔다 갔다 하실 수 있고 식사는 밥에 물 말아서 반도 못 드시고... 그게 벌써 2주가 다 되어가네요. 항암하면서도 큰 부작용없이 잘 넘겼고 힘이 부쳐도 하루 종일 잘 정도로 부치지는 않아 하셨는데 이제는 거의 주무시고요. 밥도 잘 못 드시고 하루에 한두 번 보는 변은 설사니 기력이 딸리긴 하겠죠...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그리고 요 며칠 아빠가 설사하며 속옷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제가 평소보다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요(간호간병에 계셔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엄마랑 병원 가곤 해요). 오늘 아침 일찍 화장실에 가다가 변을 못 참고 속옷에 쌌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가 지금 기차 타고 집에 가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계속 나네요.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빠가 해 줄게’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가족을 봐서 그랬을까요? 자식 휠체어 끌어 주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는데 ‘저 아빠는 건강해서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전 아빠가 차 타고 데리러 오는 걸 싫어했거든요? 혼자 걸어가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워낙 독립적인 성향이라서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는 게 싫었어요. 근데 이젠 아빠가 차 타고 데리러 와 주는 게 소원이에요. 아빠가 암 진단받자마자 면허를 따서 지금은 제가 운전석에 앉는데... 뒷자리에 앉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역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면 아빠들이 차 정차시켜 놓고 자식 기다리는 게 보이거든요. 옛날엔 그게 너무 당연했는데... 지금은 그게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요.
두서가 너무 없었죠. 죄송해요. 답답한 마음에 글 남겨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