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암이라 쓰고 앎이라 읽는다 - 병원의 언어

암은앎이다ㅣ직본
2025.08.25 06:17 | 조회 300

병원에서는 말보다 숫자가 먼저다.

간호사는 나를 보면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말하기보다

“체온은 36.5도 혈압은 120에 80”부터 말한다.

몸무게 키 체온 맥박 혈압

혈액 속 염증 수치 혈당 산소포화도

심지어 주사약 농도까지.

모든 게 숫자로 표현되고

숫자로 판단된다.

의사는 그래프를 보고 말한다.

“호전됐네요.” 혹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요.”

그 ‘조금 더’라는 말 안에는

수많은 수치가 들쑥날쑥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오늘도 단 1이라도 올리기 위해

밥을 씹고

물을 마시고

주삿바늘을 견디고

링거 줄에 묶인 채 복도를 걷는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수치에 민감해진다.

0.1이라도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작은 숫자가

하루 치 웃음이 된다.

Go up and go up!

숫자가 오를 때마다

내 마음도 내 삶도

살짝 올라간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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