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모의치료

암은앎이다ㅣ직본
2025.09.09 06:27 | 조회 270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은 늘 아슬아슬하다.

모의고사 한 번만 망쳐도 세상이 무너진 듯 울고불고

문제지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눈물을 쏟기도 한다.

물론 담담하게 치우고 분식집으로 향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병원에도 그런 ‘모의고사’가 있다.

이름하여 모의 치료.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기 전

CT를 찍어 정확한 위치를 계산하고

얼마나 몇 번이나 어떤 각도로 빛을 쏘아야 할지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시간이다.

몸을 향해 쏘는 빛이니

모의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수능은 모의고사를 망쳐도

본 시험에서 역전할 기회가 있지만

방사선은 그렇지 않다.

처음 설계가 곧 전체 치료의 설계도다.

그래서 나는 숨소리도 조심스럽다.

혹여 내 심장이

긴장해서 한 박자 빨라지는 것도

기계가 눈치채는 건 아닐까 괜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이건 나를 망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계획’이라는 것.

빛의 정밀함으로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

그러니 오늘도 나는

고요히 담담히 기계 위에 눕는다.

모의 치료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 안의 ‘모의’ 같은 두려움도

그 기계의 정밀한 빛으로

조금쯤은 사라지기를 바라며.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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