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7월 완치 글 쓰고 1년이 벌써 지났네요.
암에 걸리고 난 후 암이 나에게 준 것에 대해 글을 적어 볼까 합니다.
일단, 저는 남편이 생겼습니다.
암에 걸렸을 때 1년 만난 남자친구였는데 법적인 보호자가 되고 싶다고
30살 암에 걸려서 멘탈이 바사삭 붕괴된 저에게
'사람은 원래 다 아파. 순서랑 시간이 다를 뿐. 너뿐 아니라 나도, 너희 친구들 누구든 암에 걸릴 수 있고 아파.
치료하자.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며.'
너무 덤덤하게 말해주는 지금의 남편 덕분에 멘탈 빨리 잡고, 그래 사람 원래 아픈 거지~ 나만 아프나~
그러고 정신 차리고 수술 기다리기 전에 해외여행 가고 위 절제하면 못 먹을 것 같은 거 실컷 다 먹어두고 운동하고 멘탈 정리 잘해서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인생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암을 이렇게 빨리 발견한 건 어쩌면 천운이었을지도!라는 생각을 합니다.
해외에서 나가서 살 생각만 했던 당시라 제가 만약 그때 해외에 나갔더라면, 친구가 제주도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등 위암을 빨리 발견해서 부분 절제술로 끝낼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수술하고 너무 아팠고 또 아플 때마다 서러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병문안 와준 친구들이 있어서 그 시기를 잘 버텼습니다. 위 수술하고 식사 때문에 식사만 제공되는 요양병원에서 3주 정도 머물렀던 것 같은데
그 당시 저랑 같은 아산 병동에서 위 수술받은 한 아주머니랑 친해져서 ㅎㅎ 같이 요양 병원에서 2인실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같이 석촌호수 산책하고 올림픽공원도 산책하고 제 신혼 가구도 같이 보러 갔어요. 밥도 잘 못 먹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따뜻한 기억이었습니다.
요양병원에 있을 때 친구들이 여럿이서 돌아가면서 연차 써서 평일에 저를 보러 왔고,
저는 저를 보러 와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도 어서 밥 잘 챙겨 먹고 운동하고 건강해져서 이 친구들과 놀아야겠다! 이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딸 같은 반려견이 생겼습니다.
수술을 받고 1년이 지나니 이제 제법 식사도 잘하고 에너지도 생겼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재발할까 봐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무리 운동만으로 에너지를 푼다고 해도 우울감이 몰려드는데, 그때 남편과 상의해서 반려견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매일 반려견 교육에 대한 공부, 산책도 하고 반려견이 주는 무한한 사랑 덕분에 저는 몸과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건강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건강 유튜브를 보면 사람은 매일 암세포가 생기는데, 면역력이 낮아지면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지 않거나 스트레스 관리 실패도 몸이 약해진다는 영상을 보고 아! 재발하면 안 돼 ㅠㅠㅠ 난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
이런 마음도 컸고 그래서 암 걸리고 난 후 하루에 야채는 한 10가지 이상은 먹습니다.
저희 집은 고기 값보다 야채 값이 더 나갑니다. (물론 저는 고기도 생선도 많이 먹지만 야채는 정말 정말 많이 먹습니다.) 계란을 먹어도 무항생제 자유방목 난각 1번, 무항생제 닭고기 등 먹거리가 내 몸을 만드는 것이란 것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습관 하루에 평균 만 보이상 걷거나 그렇게 못 걸을 때는 실내 자전거를 40분 이상 타는 등 땀 흘리며 운동할 때 주는 에너지가 이제는 너무 좋아졌습니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욕심도 많았고 남보다 늘 제가 먼저였고 잘나고 싶고, 이땐 이걸 꼭 해야 해 이걸 꼭 하고 싶어
스스로 비교를 하거나 갖고 싶은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암에 걸리고 나서 완치하고 제가 얻은 것들은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제가 당장 선택하지 않았거나
또는 저에게 오지 못할 경험들이었습니다.
요즘 암에 걸리는 나이가 대중이 없어서 30대인 제 주변에서도 암 환자 등 의심 검사를 하는 친구들도 생겨나는데, 오히려 제가 먼저 암에 걸려서
아 저 친구가 겪은 걸 보니 나도 쟤처럼 결국 건강하게 잘 살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암에 걸린 게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고 버겁고 왜 나야? 왜 내가? 왜.. 왜 하필 지금?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실 거라는 걸 저도 압니다.
이 힘든 시기 중에서 더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 건강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집중해서 조금 쉬어가는 페이지를 스스로 만들어 보시길 바랄게요.
두서없이 썼는데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완치 결과들은 날 친구에게 선물 받은 메리골드입니다.
메리골드_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글 읽어준 당신에게도 이 행복을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