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년 9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신혼생활에 첫발을 디딛자마자 그 해 11월, 건강검진의 작은 이상 소견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대학병원 정밀검사 결과는 믿기 어려운 판정이었습니다. 만 35세에 위암 4기, 간과 위 주변 림프절로의 전이. 평생을 헬스, 마라톤, 복싱 등 운동으로 다져왔고 스스로를 돌보며 살아왔다고 생각했기에, 그 소식은 마치 낯선 유리벽 앞에 멈춰 선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담당 교수님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수술은 어렵고, 완치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연명을 위한 항암뿐이다.” 그 말은 제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직 돌봐야 할 아이가 없고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알게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가 먼저 혼인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아내는 오히려 제 손을 꼭 잡고 “옆에서 어떻게든 살려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절망의 어둠 속에서 비친 작은 등불이 되어, 암과 싸워보겠다는 의지를 품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1차로 면역항암제를 시작했고, 이후 파클리탁셀과 라무시루맙 병용으로 총 44회 항암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암은 잠시도 숨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덩어리들은 계속 커졌고, 다음 항암치료는 폴피리로 바뀔 예정입니다. 더불어 임파선이 요관을 압박해 소변 배출이 막히면서, 소변을 빼기 위한 관과 주머니를 차고 살아야한다는 진단을 들었을 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버텨온 모든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듯한 상실감이 찾아왔습니다. 버티고 버티면 희망적인 앞날이 찾아올줄만 알았는데 절망스러운 결과만 이어지니 아내에겐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때 불태웠던 등불이 서서히 꺼져가는 것만 같고 마냥 눈물만 흐릅니다.
제 주변사람들도 끝없이 기도해주고, 응원해 주고, 좋은 말을 들려줍니다. 그 손길들 때문에 저는 많이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따뜻함조차 버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아파서, 너무 지쳐서, 때로는 모든 기대와 위로를 외면하고 싶을 만큼 괴롭습니다. 가끔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아직 그 마음을 선택할 용기가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지금 제겐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하루가 다음 일을 견디는 것이고, 때로는 숨만 쉬는 것이 고역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심스럽게 여쭙고 싶습니다.
통증과 무기력, 그리고 살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엇갈릴 때 어떻게 마음을 붙들고 지내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버텨내고 계신건지...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강한 진통제 탓에 글이 다소 두서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