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엄마의 병이 낫는 길은 조혈모세포 이식 뿐인데, 그것을 받기에 연세가 많으시고, 할 수 있는 것은 수혈뿐인 상황이에요 (9개월 간의 투병기록을 다 쓰기에 너무 긴데요,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블라스트가 없고 혈색소수치만 매우 낮은 상태라 저메틸화항암제는 하지 않고 수혈만 받아요)
올초 진단명 확정부터 지금까지 2-3주 간격으로 적혈구를 꼬박 2팩씩 받아서일까, 걱정했던 신장관련 수치들이 정상범위를 벗어나는게 보입니다. 수혈도 정말로..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에요. 언젠가부터 수혈받고 일주일이 지나면 컨디션이 급 떨어지고 짧은거리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할 정도로 혈색소 유지가 안됩니다( 5-6때, 잘 나와야 7때)
점점 수혈요구량은 늘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텐데 그렇다고 수혈을 안 할 수도 없는 이 상황 자체가 두렵습니다. 언젠가부터 이 카페에 오는게 사실 무서워졌어요. 자려고 누우면 스쳐지나가며 읽었던 안좋은 예후들의 케이스들이 생각이 나고, 심장이 떨리고 잠이 안와요.
1분 컷의 외래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남의 피만 받냐는 엄마의 울음섞인 말에,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반응일 때..어렴풋이 안좋은 예후를 짐작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 듣고 2-3주마다 떨어져있는 혈색소 수치를 마주할 때마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하네요.
또 여기에 남기긴 매우 긴 히스토리지만, 저는 엄마 투병 이전부터..그간 엄마의 삶을 돌이켜봤을 때, 전 저희 엄마가 너무나도 불쌍하고 힘들게 산 걸 알고 그래서 늘 울 엄마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딸이거든요. 그런 엄마가 이렇게 힘든 병에 걸린 사실이 너무 힘들고, 이 병에 제가 너무 잠식되어 일상생활을 하는게 어렵기도 합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멘탈이 많이 약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편인데 (엄마 일이 아니더라도 제 개인적인 일로도요, 이렇게 되면 어쩌지, 저렇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잇고 불안해 하는 편이에요) 거기에 엄마 투병이 더해지니 제 멘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심리상담에 대해선 좀 거부감이 있고..(사실 머리로는 알아요. 언젠가 엄마는 떠나실거고 그걸 너무 붙잡아둘 수 없다는걸, 제 일상을 잘 지켜야 엄마를 돌볼 수 있다는 것도..) 그래서 제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려 되게 노력 중인데..
요즘 엄마 컨디션이 안좋아지는 빈도가 잦고 특히 근래 2-3주간 외래를 다녀올때마다 마음이 너무너무 괴롭고 힘들어요. 에너지를 여기에 쓰다보니 제 일상을 겨우 보내면 방전이 될때도 있고, 혹은 제 본업에 에너지를 쏟고나면 엄마에게 쏟을 정신이나 에너지가 없는게 미안하기도 해요. (주말에 엄마를 보러가고싶은데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못가면 그게 또 맘이 불편한데, 정말 갈 에너지가 없어요)
여기 많은 보호자분들께 조언을 얻고싶어 두서없는 글을 남겨봅니다. 다들 가족의, 부모님의 투병과 함께 멘탈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이렇게 제가 병에 잠식되어 한없이 마음이 수렁으로 빠질 땐..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