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유난히 하얗고, 유난히 고요한 날.
의사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단어 하나가
내 세상을 멈추게 했다.
‘암’.
짧고도 묵직한 그 두 글자가
가슴속에 떨어지는 순간,
시간은 얼어붙고
공기는 낯설게 변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두려움은 참으로 집요했다.
밤마다 문틈으로 스며들어와
내 마음을 짓눌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둠 속에는 작은 빛이 있었다.
그 빛은 내게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네가 배워야 할 건
‘앎’이란다.”
아픔은 내게서 많은 것을 가져갔다.
식사 한 끼의 평범함,
거울 앞의 웃음,
걷는 기쁨,
사람들과의 약속들까지.
그러나,
그 상실의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자라났다.
기도가 자라났고,
감사가 자라났으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졌다.
병실 창가에 앉아
천천히 떨어지는 링거 방울을 바라보았다.
그건 단순한 약이 아니라,
누군가의 눈물이고,
누군가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나를 살게 했다.
그 사랑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나는 안다.
삶은 완벽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다.
깨지고, 흘러내리면서
그 속에서 빛이 피어난다.
고통은 무너짐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생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고백한다.
“암이라 쓰고, 앎이라 읽는다.”
이 책은 병의 기록이 아니다.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이야기이며,
끝없는 사랑을 배우는 한 사람의 일기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는 비로소 ‘살아 있음’의 뜻을 배웠다.
그리고 오늘,
그 깨달음의 한가운데서 조용히 기도한다.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고통을 두려움이 아닌 ‘앎’으로 받아들이길.
아픔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사랑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믿어주길.
겨울은 지나가고,
이제 빛이 서서히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 빛은 이름이 있다.
희망.
그리고…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