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간이 나빠져 돌아가신 아빠,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빠가 기운이 없기 시작한 시점이었던 8월 16일, 바로 응급실에 데려갔더라면 아빠는 살 수 있었을까?
아니면 8월 15일, 동네 뒷산을 가겠다던 아빠를 말렸다면 살 수 있었을까?
5월 12일 혼자서 퇴원하겠다던 아빠 말을 듣지 않고 경대병원에 가서 아빠 짐을 다 들어 주었더라면 아빠는 패혈증을 겪지도 않았을테고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했어야 아빠가 살았을까... 어떻게 했다면 아빠가 살 수 있었을까?
병원이 너무 갑갑해서 어떨 때는 나가고 싶어 미치겠단 생각까지 들었다던 아빠를 위한답시고 어떻게든 병원을 늦게 보내려던 내 잘못일까?
그럼 아빠를 위한 선택은 뭐였을까... 퇴원하고 다음 날이라도 데리고 가는 게 맞았을까?
아빠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빠를 살리겠다는 생각 외에 아빠를 잘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아빠가 아빠의 죽음을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왜 하지 못했을까. 왜 아빠에게 계속 살 수 있다는 말만 했을까?
아빠는 죽을 때까지 아빠가 죽을 거란 걸 알았을까?
임종실에 가서도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아냐, 근력이 떨어져서 근력 올리러 온 거라는 아빠에게 왜 아빠의 현 상태와 죽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설명을 확실히 해 주지 못했을까?
김천 직지사쪽 숙소에 가고 싶다던 아빠에게 왜 헛된 희망을 심어 줬을까?
내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던 아빠... 정말 내가 딸이라서 행복했을까? 나 키운다고 힘들게 돈 벌어서 얻은 병일 텐데... 본인이 그렇게 일찍 가면서도 내가 아빠 딸이라서 정말 행복했을까?
인생에서 후회 없는 선택이었을까. 솔직히 내가 아빠였다면 후회스러웠을 텐데. 차라리 자식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장수하는 삶을 선택했을 텐데.
장수할 것만 같던 건강한 아빠가 그렇게 빨리 떠날 줄 정말 몰랐어... 나 이제 아빠가 없어. 아빠를 부를 수도 없고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데 그게 너무 슬퍼.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그 말을 함축하면 ‘미안해’뿐인 게 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