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검진에서 대장암 진단 받고 2월말 로봇수술후 첫 진료일에 딸들과 진료실에 들어섰던 날이 떠오릅니다.
(아들 하나 딸 둘 엄마입니다)
수술 결과 2기 T4a, 암세포가 장막을 뚫었다네요.
기수는 2기지만 고위험군이라 12회 폴폭스 진행한다기에
10월이 되기 전에 항암이 끝나겠다싶어
그때쯤이면 11월로 예정된 딸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까요?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주치의께 여쭤봤습니다.
물론 평균적인 항암 후의 컨디션이 궁금했던 거죠.
대장암 로봇수술로 유명하신 냉철하신 우리 주치의쌤 왈,
점쟁이가 아닌 이상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하시네요.
너무하시다~~하고 진료실을 나와 딸들에게 얘기하자
저보다 훨씬 F인 큰 딸이 그 상황에선 그렇게 말하실 수 밖에 없었을거라고 오히려 선생님을 이해하더라구요.
T에 가까운 저인데도...항암 결과 좋으면 가능하죠.라는 말을 기대했었는데 팩트로 대답을 하셔서 그만 상처를 입고 말았답니다.
꽤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저인데도 그때부턴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죠.
그렇다고 어렵사리 식장을 예약했는데 막연하게 연기할 수도 없고... 긴 시간 고민 끝에 내린 당연한 결론.
최대한 표준치료 지침에 잘 따라서 항암에 성공하고
딸의 결혼식에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참석하자!
1차 항암사이클이 그럭저럭 무사히 끝난지 이제 두 달 가까이 되었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겪었던 고통들이 무슨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어제 일요일, 그 결혼식은 숙제로 여겼던 저의 처음 걱정이 무색하게도 축제처럼 기쁨과 감사로 무사히 진행되었습니다.
항암은 앞으로도 계속 제 삶과 함께겠지요.
남은 삶은 더불어 항암ㅜ
저와 비슷한 연배의 환우분들이 있다면 자녀 결혼을 앞두고
저와 비슷하게 마음 무너지는 순간이 혹시 있었더라도 자녀 결혼식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석하겠다는 의지로, 용기 내어 병원 치료방침에 잘 따르시길 당부드려요.
저의 경우,항암중 호중구수치가 위험수준으로 떨어진 적도 있어서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느라
올들어 친구를 만난건 10월에야 처음으로. ㅜ
친지들 병문안도 극구 사양.
이것이 꼭 권장할만한 항암 태도인지는 모르겠어요.
답답해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외로웠던 시간들을 자기 자신과 넘치도록 충분한 시간 동안 대면하며 정신적으로 많이 깊어지고 성장했노라 생각하려구요.
이제는 일기도 안쓰는지라 마음을 정리하며 여기에 몇 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