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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만 내리면 돌아올 것 같았던 아빠가 갑작스럽게 병원에서 퇴원 한 번 하지 못하고 떠나서인지 집에는 아빠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화초들... 2주에 한 번 아빠가 물을 주었는데 이제는 제가 주게 되었어요. 식물에는 관심 하나 없던 저인데 화초 하나라도 시들면 아빠가 속상해할까 싶어 생각날 때 하루 날을 잡아 물을 줍니다.
체온계... 투병하시면서 아빠가 열이 자주 나셔서 액와체온계와 고막체온계를 자주 썼었는데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니 쓸 일이 없네요. 정말 지겹도록 썼는데.
약봉지... 외래나 퇴원할 때 타이레놀er을 여러 알 처방받아 왔는데 약봉지 하나하나에 아빠 성함이 적혀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오늘은 옷장에서 아빠가 겨울에 쓰고 다니던 털모자와 목도리를 꺼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카페에 남겼던 사진 속에도 아빠의 목도리가 찍혀 있었어요.
아빠의 휴대 전화도 서랍장 위에 있습니다. 아빠가 쓰던 전기매트, 침대 매트... 모든 게 제 자리를 지키는데 아빠만 없어요. 기분이 이상합니다.
아빠는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어디에서 뭘 하고 있긴 할까요. 아빠한테 계속해서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느라 아빠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는 걸 제대로 말해 주지 못했는데 갑자기 이곳을 떠나게 되어 당황하진 않았을지, 슬퍼하진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아빠도 너무 보고 싶고요. 너무 슬프고, 아빠가 없다는 게 너무 힘든데요... 아빠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