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 되면
몸은 피곤한데 이상하게 마음이 다시 깨어나곤 합니다
집 안 조명이 조금 어둑해지는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카페 창을 열고
기도 제목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던 그 순간들...
아, 또 한 주가 갔구나...
그래, 우리가 아직 여기 있구나...
그렇게 574번의 금요일이 지나갔습니다
숫자로 쓰면 참 담담한데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묵직해집니다
아름다운동행을 운영하면서
제가 먼저 겪었다는 이유로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치료 과정에 개입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깊이 깨닫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 한마디가 어떤 분께는 “용기”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한참을 돌고 돌아 내린 결론이
"내가 대신 결정해 드릴 수는 없으니, 그 선택을 위해 함께 기도라도 하자”
어쩌면 금요 중보기도회는
그 고백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주 금요일, 기도제목이 올라옵니다..
수술 날짜, 항암 일정, 재발 소식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미칠 것 같다는 고백
청소년 아이들을 둔 엄마의 밤샘 기도
남편이, 아내가, 부모님이 갑자기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연들..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기도하다 보면
“우리가 은혜를 누리고 있다”는 마음이 더 가까웠습니다.
특히 두나미스님, 지평님, 열혈생활인님, 감사와축복님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그 이름들..
소천 직전까지,
상상도 하기 힘든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기도 제목을 올려 주시고,
말씀을 나누고,..
“오히려 제가 은혜 받습니다”라며
우리를 위로해 주셨던 분들...
위로와 힘을 더하고 싶어 만든 시간인데
결국은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아! 믿음이란 게 이런 모습이구나”
“끝까지 붙드는 소망이 이런 얼굴을 하고 있구나”
그분들이 남겨두고 가신 기도와 글들이
지금도 제 마음 가운데
깊고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가장 먼저 듣는 찬양 "나를 통하여"
이 찬양을 들을 때마다, 은혜와 부담이 교차합니다
“나를 통하여”라는 말이 어쩐지 거창한 헌신 선언처럼 느껴져
“제가 과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올라오지만
금요 중보기도회를 이어가다 보니, 이 찬양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대단한 사람을 통하여”가 아니라, “그냥, 지금 여기 있는 나를 통하여”
기도가 완벽해서도 아니고,
믿음이 항상 충만해서도 아니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날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여전히 “그래, 바로 너를 통하여” 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기도문을 올리기 전,소리 내어 찬양을 먼저 부릅니다
각자의 삶의 형편 속에서 저마다 다른 아픔을 안고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주님,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
저희의 작은 기도를 사용해 주세요.
연약하지만, 우리를 통하여 일하여 주세요.”
찬양으로 고백하던 시간들..
제가 정말 바랐던 것은,
아름다운동행 안에 있는 크리스천들이
TIJ 게시판에서 함께 기도하는 한 분 한 분이
병실이든, 집 안 작은 방이든,
아이들 재우고 겨우 숨 돌리는 부엌 한 켠이든,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그 찬양의 제목처럼 “나를 통하여”라는 문장의 시작이 되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는 조용한 통로 정도는 되어 보자고..
비록 조금 흔들리고, 삐걱거리더라도...
이런저런 고민들로 마음이 복잡하던 중
요양병원 소송 판결문을 받아 들었습니다
판결문을 읽는 내내
마음 한쪽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름다운동행을 위해 기도해 온 것들
이 공동체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지켜 보고자
애써 왔던 시간들이
순식간에“그럴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말로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지켜 온 방향이 틀린 걸까?”
“이렇게까지 버티고 기도한 게 무슨 의미였지?”
이 질문들이 마음 한가운데를 파고들면서,
모든 것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지쳐 있던 몸과 마음... 한 번 더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고
이제는 솔직히 내가 많이 지쳤음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연말까지 하고 멈출까? 600회 까지 하고 그만 둘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상한 마음을 안고, 간절한 마음을 담은 중보기도 제목을 읽어내려갈 자신이 없어..
574회를 끝으로 금요 중보기도회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안식년’이라는 말은 참 좋아 보이지만,
제 마음 안에서는 여전히 “내려놓는다”는 말이 쉽지는 않습니다
뭔가를 포기하는 듯한 느낌, 중간에 멈추는 것 같은 죄책감도 듭니다
정말 쉬어도 되나..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내려놔도 되는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도회를 지키는 것이 “제 신앙의 증명”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금요 중보기도회”가 잠시 멈추더라도
여전히 사람을 통하여, 기도를 통하여, 눈물 한 방울을 통하여
일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기도해 주신 TIJ 멤버들을 통하여,
아이들 돌보고, 배우자를 간병하고, 자신의 병원 치료를 오가면서도
짬짬이 눈을 감고 이름을 불러 오신 수많은 아름다운동행의 크리스천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여전히 위로와 소망과 평안을 흘려보내고 계시리라는 믿음
금요 중보기도회는 잠시 멈추지만,
“나를 통하여, 우리를 통하여” 라는 문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잠시 쉬려고 합니다.
금요일 밤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자리를 비워 두고,
그 시간에 제 안에 쌓여 있던 상처와 낙심을 조용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보다가 문득 어떤 이름이 마음에 걸리면,
여전히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불러 가며 짧게라도 기도할 것이고,
길을 걷다가.. 식사를 준비하다가..
잠들기 전에 떠오르는 얼굴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중보 기도회 진행자, 아름다운동행 운영자가 아닌
그저 수많은 암경험자 중 한 사람으로서,
“주님, 저를 통하여, 그리고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일을 계속해 주세요.”
조금 느슨하고, 조금 덜 완벽하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기도해 보려 합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그동안 이 기도자리를 함께 지켜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올려 주셨던 이름 하나하나, 사연 하나하나가
헛되지 않았음을, 하나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공식적인 금요 중보기도회는 잠시 멈추지만,
여러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마음은 계속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이름을 불러가며 드리는 기도는 형태만 조금 달라질 뿐, 제 삶 안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언젠가 주님이 허락하시는 때가 되면, 우리에게 또 다른 방식의 ‘함께 기도하는 자리’를 보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믿음 잃지 않고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시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위해
계속해서 마음 깊이 기도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금요 중보기도회를 함께 지켜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야아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