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사과깎기

대본l백살공주
2026.01.28 23:06 | 조회 763

지난 글에서 한없는 우울에 빠졌었던 백살공주입니다.

그때 퇴원하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날부터 빨빨빨~ 종종종~ 바빠바빠씨~ 하며 일상을 보냈어요.

다음 항암하러 입원하면서 또 잠깐 우울했지만 그래도 아바스틴 폴피리18차(폴폭스까지 하면 총 30번째) 항암도 잘 끝내고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5월에 치료 시작후 3번째 찍은 씨티 결과도 좋습니다.

제가 봐도 재발당시인 작년 4월보다 확연히 줄어든게 보이더라구요.

그럼에도 워낙에 다발성으로 여기저기 퍼져있어서 갈길은 멉니다.

암이라는 녀석이 언제 내성이 올지, 언제 확 퍼질지 모르는 무서운 녀석이라 긴장을 늦출 순 없겠지요.

아... 제목이 사과깎기죠?ㅋ

다들 사과 언제부터 깎으셨나요?

누가 알려줬나요?

저는 누가 알려준거 같진 않은데 언제부터 사과를 깎을 수 있었을까요?

지금 18살이 된 첫아이 유치원 다닐때 몬테소리 교육하는 기관에서 감자칼로 사과깎기를 했었어요.

위험한 도구를 조절해서 사용하며 두뇌가 발달된다나 어쩐다나 ㅋ

또 사설이 기네요. ㅎㅎ

얼마전부터 딸들에게 조금씩 간단한 조리법을 알려줘야겠다 하고 있었어요.

계란깨는 법, 계란후라이 하는법, 스크램블 해먹는법을 알려줬지요.

생각보다 큰 딸은 시큰둥 하고, 중학생인 둘째딸이 저 병원 간 동안 아침으로 스크램블을 해먹더라구요. 기특하죠?

그런데, 이번 입원중에 아침에 전화 온 둘째가 그러네요.

"사과 먹고싶다~"

아빠는 직업의 특성상 일찍 못일어 납니다 .ㅋ

사과가 먹고 싶지만 깎을 수 없어서 바나나로 만족했다는 이야기...

퇴원하고 와서 두 딸을 앉혀놓고 사과 깎는법을 알려줬어요.

일단 4등분을 내고 이렇게 깎아라... 하며 한조각씩 깎아보자고 했죠.

칼... 무섭죠.

둘째는 어설프게 한조각 깎고는 자기가 깍은 사과를 맛있게 먹었고,

첫째는 자기가 이걸 왜 해야하냐며(울집 최고 개인주의. 지랄맞은 성격은 절 닮아서... 말도 못하고 ㅋ) 계속 투덜거리며 억지로 억지로 칼을 잡습니다.

"엄마 없을 때 사과 먹고 싶은데 못깎아서 못먹으면 어떡해!! 지금부터 배워야지!!"

결국 첫째는 겨우 한조각 어설프게 깎고는 방문 닫고 들어가버리네요.

순간 서글프고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꾹 참았어요.

요즘 저도 모르게 "엄마 없을때" 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2주마다 3박4일 자리를 비우는 엄마라 "엄마 없을때" 라는 표현이 맞지만.... 저도 저조차도 모를 앞날을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맘이 들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찾아오기도 해요.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사과를 깎는 제 옆에 첫째가 다가와 "내가 한번 해볼께" 하고는 또 어설프게 겁나게 두꺼운 껍질을 벗기듯이 한조각 깍더니 웃으며 자기 입에 넣습니다.

하나님, 아직 제딸들 사과도 제대로 못깎아요.

오늘 고등어 조림도 생선 뼈를 못 발라서 제가 다 발라줬어요.

다 큰거 같지만 제 손길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 한 30년후에 데려가세요~^^;;;;

마무리는 언제나 급하게~

다들 힘내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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