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항암제 급여화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큰 쪽이 먼저 혜택을 받는 '청원 정치'가 보건의료 현장에 들어설 때, 우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뼈아픈 부작용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단일 약제가 아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약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병용요법(Combination Therapy)"으로 진화했습니다
여기서 건강보험 체계의 복잡한 원칙인 '급여+비급여=전체 비급여'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정 신약이 국민청원으로 급여화에 성공하더라도
함께 투여해야 하는 기존 약제가 비급여이거나 급여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면, 현행 규정상 환자는 전체 약값을 100% 부담해야 합니다
즉, "하나가 급여가 되었으니 부담이 절반으로 줄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제도적 엇박자로 인해 환자는 여전히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거나 기존에 받던 최소한의 혜택마저 포기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조기 급여화가 환자들을 더 깊은 경제적 수렁으로 밀어 넣는 셈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국민청원의 속성은 필연적으로 '다수의 결집'을 요구합니다
폐암, 유방암처럼 환자 수가 많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암종은 수만 명의 동의를 얻어 정책 우선순위를 선점하기 유리합니다
하지만 환자 수가 극히 적은 희귀 암종이나 고령 환자가 많아 온라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질환들은 어떻게 될까요?
국가의 보건 예산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청원이라는 이름의 '화력'이 강한 특정 질환에 예산이 우선 배정될수록
소외된 암종 환자들의 순번은 뒤로 밀려납니다
질병의 위중함이 아니라 '목소리의 크기'가 생존의 순서를 결정하는 비극적인 형평성 논란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아름다운동행이 청원을 지양하는 것은 환자들의 간절함을 외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한 명의 환자도 소외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입니다
특정 약제의 신속한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병용요법의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급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며, 모든 암종이 소외 없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평가받는 공정한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아름다운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