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병원에서 수술후 항암거부 후 3차병원에서 공격적인 항암치료를 하자는데 엄마의 컨디션이 너무 나빠요....
안녕하세요.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글쓰는 조건이 충족되고 마침 엄마는 오랜만에 길게 편안히 잠드셔서 용기내어 글을 써 봅니다.
엄마가 갑상선암중 췌장암보다 예후가 안 좋은 역형성암 진단을 받자마자 수술한지 딱 한달이 되어 갑니다. 진단받을 때 수술해도 6개월 사시고 안해도 6개월 사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지?? 너무 어안이 벙벙했어요. 무슨 그런 병이 다 있는거냐고 따지듯이 물어봤어요. 의사가 챗지피티에 다 나오니 검색해보고 수술여부 결정하라고 그런데 내 어머니면 절대 난 수술안한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병이 50대~70대 사이에 발병하는데 저희어머니 만 73세시거든요. 80대도 90대도 아닌데 수술거부라니요 ㅠㅠ
서울빅5병원에 가서 수술날짜를 기다릴만한 여유도 체력도 안되셔서 진단결과나오는 동안 늘 39도의 고열을 찍고 계셔서 저는 가족들에게 강남세브란스에서 수술받게 하고 싶다고 의사를 피력했지만 사실 전 직장인이고 딱 하나 있는 여동생이 전업주부인데 동생은 장거리간병을 부담스러워했어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니까요.
엄마가 여기서 수술받겠다고 하셔서 자매간의 갈등은 없었지만 의료진은 수술해도 다시 암퍼지는데 왜 하시냐 지금보다 상태만 더 나빠지신다고 계속 설득했지만 엄마의 의지가 워낙 강해 수술을했고 다 종양을 제거하지는 못했어도 고열의 원인인 암덩어리를 제거하니 열이 안나시더라고요.
이제 항암만 잘하면 되겠구나 했는데 종양내과 의사는 아무리 강한 항암제를 써도 난치성 암이라 고칠수가 없고 제일 중요한게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하는데 척추뼈와 골반뼈전이 등 다발성 전이로 거동을 못하시니 항암의 의미가 없다며 연명치료거부서와 호스피스병동 동의서를 쓰라고 해서 저희 가족은 모두 충격을 받았어요.
보통 암에 걸리면 고생하시지만 몇년은 치료하시면서 아프시지만 몇년 사시잖아요. 아픈지 이제 한달밖에 안됐는데 수술 후 치료도 없이 바로 호스피스를 가야한다는 말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고 사형선고를 받는 기분이었어요.
엄마는 삶의 의지가 정말 강한 분이세요. 죽더라도 꼭 치료하고 싶어하셔서 이대로는 모두 후회할 것 같아 역형성암치료를 가장 잘 한다는 강남세브란스를 대기해서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2월 6일 강남세브란스 종양내과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면서 또 호스피스 얘기들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교수님이 뼈전이상태를 다시 자세히 확인해 보시고 싶으시다며 오후에 검사하고 가고, 엄마께는 꼭 잘 드시고 다음주까지 잘 앉아계시고 잠깐이라도 혼자 서서 있을 수 있도록 보행연습 열심히 하시라고 응원해 주셔서 엄마가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외래진료로 간이침대에서 한나절 내내 누워계시고 구급차로 편치않은 자세로 누워서 멀미하면서 오가셨던게 체력을 갉아먹었는지 섬망증세도 오시고 제대로 식사도 못하시고 염증수치, 백혈구수치 모든 수치들이 더 안좋게 나빠지게 되었어요. 보행연습하시다 삐끗하여 순식간에 미끄러지셔서 골절이 날까봐 아예 보행연습도 못하게 되었고, 수술봉합 부위는 피고름이 여전히 나와서 가끔식 상의가 피고름으로 다 적셔질 때도 있었어요... 암때문에 그 부분이 안 아무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드디어 일주일 후, 명절 연휴 직전 금요일 진료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명절연휴 직전 병원앞이 아비규환인지는 처음 알게 되었네요. 다들 퇴원하고 명절 연휴 전에 진료보느라 정말 인산인해였어요.
엄마가 컨디션은 나쁘지만 표적항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진료실을 들어갔는데 엄마의 검사결과는 너무 암울했어요. 수술직후 대부분 제거된 종양덩어리가 수술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그대로 다시 활발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더라고요. 특히 경동맥 부분을 암세포가 다 감싸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혈관에 무리가 가면 바로 급사하신다고 조근조근 설명해 주시는데 나중에 경동맥이 어떤 부분인지 다시 찾아보고 너무 암울해 지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쓰는 표적항암제는 혈관에 무리가 와서 바로 돌아가실수도 있으므로, 다음주 금요일에 BRAF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좀 덜 혈관에 무리가 가는 라핀나, 매큐셀 표적항암제를 써야 되니 결과나오는 날 바로 입원치료하자고 하셔서 입원수속했는데, 꼭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작성해야 된다고 하시네요.
3주전에도 부천성모에서 연명치료거부 동의서 작성하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라는 종양내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더라고요.
엄마는 연휴끝나면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고 빨리 나아서 집으로 돌아갈 것만 손꼽아 기다리고 계세요.
하지만 우리 자식들은 아무리 덜 무리가 가는 표적항암제라 하더라도 하루도 쉬지 않고 독성이 있는 알약을 매일 복용하시면서 엄마가 그걸 버텨내실지 너무 걱정이 됩니다.
또 유전자변이가 없어서 일반 표적항암제를 쓰면 늘 오늘이 마지막 날이구나를 매분 매초 살떨리게 보내게 되고 엄마와 지금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없을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교수님이 강하게 연명치료거부동의서 꼭 쓰셔야 한다고 말씀하셨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난치성암치료에 적극적이니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보시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어떤 조치를 다 취해보겠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느껴서 감사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엄마 생명을 이렇게 도박하듯이 치료해야 하나, 그런데 치료안하면 암은 계속 더 커져서 엄마의 기도를 막아 결국 빠른 시간 내에 숨을 못쉬게 할 것이니 이것 또한 괴롭습니다.
정말 뭐 이런 거지같은 병이 다 있죠 ㅠㅠ
치료해도 몇달 못살고, 치료하다 급사할수도 있고, 치료안하면 남은 여명은 훨씬 더 급격히 줄어든다고 말씀하시고....
이런 고민속에 다시 요양병원오는데 이제는 그 고민도 사치가 되었어요.
두번째 장거리외래진료로 엄마가 생명의 고비가 와서 밤새 사경을 헤매셨거든요. 하루에도 몇번씩 고열이 오르락내리락, 가래 끓는 가뿐 숨을 쉬시고 산소포화도가 안좋아 산소줄을 끼고 계십니다. 요양병원에서는 매일이 고비니 빨리 연명치료거부 동의서를 작성하자고 얘기해서 내일 쓰기로 했어요.
동생과 잠깐 엄마의 치료 여부에 대해 상의하는 순간에도 병원에서 열이 다시 오른다는 간호사 연락에 바로 뛰어가는 일이 생기니 너무 불안해서 공동간병에서 개인간병실로 옮겼습니다.
밤에 상태가 안 좋으신데 제 몸은 힘들지만 계속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니 마음의 안심이 되고, 이게 며칠 지속되니 엄마가 공동간병인실에 계실때보다 컨디션이 회복되는게 느껴져요.
엄마의 기저귀를 갈면서 눈물이 너무 나요. 세달째 기저귀 차시니 여기저기 벌겋고 다리에는 근육이 하나도 없고.. 자주 교체하고 약 발라드리니 딸 고생시킨다고 미안해하시면서도 1인실에 있으니 집같고 편안하시대요. 그동안 다인실에 모신게 너무 후회됩니다.
저랑 동생. 남편,제부 넷 모두는 엄마가 세브란스 가서 입원치료하시면 이걸 감당못하실거 같아서 입원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지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병실 바꾸고 강남에 입원한거냐 물어보시고 아니다 다음주에 간다 그러면 계속 강남 거기 언제 가냐고 며칠 남았냐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실때도 꼭 물어보세요.
금요일이 오는게 두렵습니다. 내일은 벌써 화요일이네요.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산소줄 끼고 계시고 진물나는 수술부위에 두꺼운 거즈를 붙여서 아파 불편해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참 미안하고 불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