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TIJ] 성금요일의 기도

야아츠lYaatsl위본
2026.04.03 21:52 | 조회 561

고난주간, 그리고 오늘은 성금요일입니다

오랫동안 제 안에는 기도가 멈춰 있었습니다

금요중보기도회를 잠시 내려놓으면 쉼과 충전이 찾아올 줄 알았지만

정작 멈춘 것은 기도회만이 아니었습니다

말씀은 멀어졌고, 신앙의 온기는 식었으며, 저는 그저 버티듯 이 메마른 시간을 버팁니다

함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했던 이들의 잇따른 소천은 생각보다 깊이 제 마음을 무너뜨렸습니다

주님 품에 안기셨다는 믿음으로 감사를 고백하려 애썼지만,

남겨진 슬픔의 무게는 자꾸만 저를 주저앉게 합니다

기도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당위와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감 사이에서

그렇게 조용히 멈춰버렸습니다

오늘... 성금요일의 십자가 앞에 섭니다

아무 말도 기도도 나오지 않을 때에도

주님은 묵묵히 지켜봐 주셨고

아무 힘도 남지 않은 이에게도

주님은 여전히 마음을 열고 기다리고 계심을

오늘 다시 붙들고 싶습니다.

주님, 오늘 저는 성금요일의 어둠 앞에 섭니다

그 어둠보다 더 깊은 제 마음을 가지고, 조용히 당신의 발치에 나아갑니다

저는 멈춰 있었습니다

기도도, 마음도, 주님을 향하던 시선도 어느새 흐려져 있습니다

겉으로는 평온을 가장하나

제 내면은 기도 한 줄 올리기 힘든 가뭄이었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보다

그저 하루를 견뎌야 한다는 의무가 더 컸음을 고백합니다

쉼을 얻고자 내려놓았으나 찾아온 것은 공허였고,

내려놓음이라 믿었던 것은 사실 멈춤이었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저는 주님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분들이 주님 곁에 계심을 믿으면서도

남겨진 자의 슬픔은 무거웠고,

이름을 부르던 입술은 남아있었으나

제 영혼은 그 간구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주님, 이런 저를 아시지요.

말하지 못한 탄식과 울지 못한 눈물,

기도가 끊긴 자리의 적막까지도 전부 헤아리시는 주님,

오늘 저를 외면하지 마옵소서

제가 주님께 돌아온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멈춰버린 저를 여기까지 이끌고 오셨음을 믿습니다

채찍에 맞으시고, 철저히 버림받은 자리까지 내려가신 주님

피 흘리시며 끝까지 사랑하신 그 십자가가

오늘 무너진 제 믿음 위에 다시 견고히 놓이게 하옵소서

아름다운동행의 환우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통증으로 잠 못 이루는 이들,

검사 결과 앞에 마음이 타들어 가는 이들,

재발과 전이의 두려움 속에 홀로 서 있는 이들을

주님께서 붙들어 주옵소서

겉으로 담담히 미소 지으나

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그 심령들을

주의 강한 손으로 안아 주옵소서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도 기억하여 주소서

사랑하기에 외롭고, 사랑하기에 지치는

그 무력감을 주님은 아십니다

대신 아파해 줄 수 없는 슬픔과

내색하지 못하는 눈물을

주님의 친밀한 위로로 닦아 주옵소서

TIJ 멤버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수많은 금요일, 매일 새벽마다

타인의 이름을 품고 울었던 사람들...

자신의 상처는 덮어둔 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기도의 제물이 되었던 이들...

이제 그 지친 영혼들에게 참된 안식을 주시고,

꺼져가는 심지 같은 마음마다

다시 은혜의 불꽃을 지펴 주옵소서.

주님, 저 또한 다시 살아나길 소망합니다

억지로 쥐어짜는 열심이 아니라,

주님의 손길로 자연히 살아나는 회복을 원합니다

말씀 앞에 다시 앉게 하시고,

기도가 다시 흐르게 하소서

굳어버린 마음이 부드러워지며,

십자가를 바라볼 때

다시 눈물 흘릴 수 있는 그 은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성금요일의 십자가가 슬픔의 상징으로 머물지 않게 하시고,

죽은 것을 다시 살리는 생명의 사랑으로

우리 영혼에 새겨지게 하옵소서

기도가 멈춘 순간에도 주님의 사랑은 멈추지 않았음을,

무너진 자에게도 십자가는 여전히 열린 문임을

우리 모두가 깊이 체험하는 밤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저에게 위로가 필요합니다

저를 기억하고 위로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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