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의 끝자락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결혼기념일까지...
해마다 치르는 일들인데 올해는 이상하게 그냥 지나가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지나온 시간이 자꾸 뒤에서 말을 거는 건지 모르겠다
아들은 벌써 고2.. 내년이면 수험생이 된다
동행에서 만나 교제하던 가정의 아이들 중 여럿이 벌써 고3 수험생이 되었다
어디 가서 어린이라고 부르면 본인이 제일 싫어할 나이
키도 컸고, 말투도 달라졌고, 가끔은 아빠를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내 눈에는 아직도 어릴 때 얼굴이 겹쳐 보인다
분명 지금은 다 큰 녀석인데, 문득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기 때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저 녀석을 마지막으로 안고 다닌게 언제인지
저 녀석이 아빠~~ 부르며 품에 파고든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저 녀석과 마지막으로 손잡고 개선장군마냥 걸어본 게 언제인지..
아이의 모든 처음이 나와 함께였지만
기억하지도 못할 나와의 마지막 경험이 늘어가고 있음이 아쉽다
부모 마음이라는 게 참 묘하다
어린이날이라고 대단한 의미를 붙인 건 아니지만
그저 아빠 마음으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걸 작게 챙겼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정작 마음이 묘하다
‘내가 이 아이의 아빠의 자리를 지켜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 아이가 걷는 걸 볼 수 있을지...
말을 배우고 학교에 가는 걸 내 눈으로 볼 수 있을지...
어느새 고등학생이라니...
어버이날도 지나갔다
부모님께 작은 마음을 전했다.
사실 자식이 부모에게 뭘 해드린다고 해도, 받은 것에 비하면 늘 말도 안 되게 부족하다
올해 어버이날은 마음이 조금 더 복잡했다
요즘 어머니를 보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기억도, 판단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흐려지시는 게 보인다
처음엔 그냥 피곤하신가 보다 했다...
나이가 드셨으니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기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단순한 피곤함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말이 조금씩 늦어지고, 예전 같으면 하지 않으실 판단을 하시고,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신다
작은 선택 앞에서도 망설이시는 모습을 보는 게, 생각보다 많이 슬프다
엄마는 늘 엄마일 줄 알았다
내가 흔들려도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아파도, 내가 무너져도 엄마만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도 늙는다
이 당연한 사실이 왜 이렇게 뒤늦게 마음에 쿵 하고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한때 나는 부모님께 가장 큰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아픈 아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들
부모가 자식을 먼저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아직도 다 알 수 없다
이제 와서 조금 짐작해 볼 뿐이다
그 시간들을 부모님은 어떻게 견디셨을까
어머니는 얼마나 자주 혼자 숨죽여 무너졌을까
아버지는 또 얼마나 말없이 버티셨을까
마음이 참 서글퍼진다
김진호의 가족사진의 가사처럼
나를 위해 거름이 되어 주셨던 분들..
아직 내가 부모님 앞에 아들로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
아직 어머니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뭐라도 조금 챙겨드릴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6월에는 어머니의 유방암 마지막 정기검진이 예정되어 있다
검사는 이미 다 마친 상태이고, 이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암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결과를 듣기 전까지는 어딘가 마음 한쪽에 조용히 돌 하나가 얹혀 있는 것 같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는다
부디 잘 통과하셨으면 좋겠다
어머니도 지난 5년을 참 잘 견디셨다
치료도, 검사도, 기다림도, 불안도...
병기가 깊지 않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셨을지 몰라도, 그 시간이 어디 쉬웠을까
나는 내 병만 기억하고 있던 사이..
어머니도 어머니의 시간을 지나오고 계셨다
아픈 아들을 걱정하던 엄마가, 어느 순간 본인의 암까지 견뎌내야 했던 시간...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정기검진 잘 마치고 엄마도 이제는 조금 편안해지셨으면 한다
6월의 검진 결과가 어머니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조용한 안도감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5월의 마지막 이벤트 결혼기념일
아내와 조용한 곳을 찾아 함께 식사를 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와인잔을 기울이며
그냥 이런저런 일상을 나누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써 21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