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CRE 감염

블랭킷l다골보
2026.05.23 01:13 | 조회 2.4k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 지 100여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립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납득할 수 없었기에 잘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이 하루하루 커져만 갑니다.

특히나 엄마가 입원 중 CRE 감염 상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왜 이 중요한 내용을 당시 설명받지 못했는지 왜 별도의 격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CRE는 국가가 관리하는 법정 감염병으로 따라야 하는 감염관리 프로토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험하셨던 분들은 다들 어떻게 안내받고, 처치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정신없이 치료와 간병에 집중하며 매일매일 호스피스 이동을 권고 받고 있던 상황에 망연자실, 텅 비어있던 터라 자세히 묻지 못했지만 생각할 수록 엄마의 죽음도 의료진의 행동들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당시 한동안 같은 병실에 있던 옆 환자분이 타병원으로 전원 갔던 적이 있습니다. 친분도 생겨 전원 후 환자 보호자 한테 안부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전원한 병원에서 무슨 균이 있어 무조건 1인실로 가야한다고 해서 당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니 그 환자분이 CRE 보균자(감염자) 였던 것 같습니다.

중증환자들이 가득한 빅5 대형병원에서 생사를 가르는 감염증에 대한 관리가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환자의 면역력, 항생제 탓을 하기 이전에 이 치명적인 균인 CRE는 명백한 병원균으로 병원에서의 접촉을 통해 감염됩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다보니 CRE 감염이 연약한 환자의 몸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 같은 해석들도 보여 이 또한 씁쓸합니다.

새로운 항암제 투약 이후 중증호중구감소가 한달 여 지속되었던 면역저하자였던 저희 엄마는 감염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격리되지 않았고, 결국 호중구 수치는 기다리면 오를 거라고 안일하게 대응하던 의료진의 말을 믿은 대가로 순차적인 감염을 경험합니다. 병을 고치러 들어온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염으로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비극적인 가정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암 자체 보다 이러한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습니다. 결국 대부분 암환자 사망의 원인은 이로 인한 폐렴, 패혈증, 다발성 장기 부전일테고, 통계상으로는 암환자로 묶여 집계 될테니까요.

환자와 보호자는 의료진만 믿고 따를 뿐,

누군가는 어쩔 수 없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잔인하고, 슬픈 현실입니다.

입원 중 면역이 저하되었다면 격리도 적극적으로 요청해보시고, 치료 잘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엄마와 데이트 하듯 동행하던 외래 진료가던 날들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환우분들 그리고 곁에 계신 보호자분들 다들 감염 조심하시고, 기적적으로 회복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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