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나의 반성 4] 짚단 집이 되어버린 몸과 도심의 싱크홀 : 상상을 초월하는 부작용과 주치의라는 '베테랑 항해사'

이길수있어l대보
2026.05.24 21:52 | 조회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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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 꼭 참고해 주세요!

이 글은 아내의 투병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겪은 극심한 부작용과 응급 상황에 대해, 의학적 원리를 찾아보며 깨달은 바를 정리한 개인적인 경험과 반성문입니다. 환자마다 부작용의 양상은 다를 수 있으므로, 치료 중 발생하는 모든 이상 증상은 반드시 주치의와 즉시 상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아내의 투병을 곁에서 지켜보며 남기는 네 번째 반성은, '부작용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보호자의 얄팍한 지식'에 대한 후회와 '합병증의 징후를 알아채고 즉각 대처해 주는 병원과 주치의의 능력이 곧 생명줄'이라는 뼈저린 깨달음입니다.

## 1. SF 영화의 정밀 타격과 붕괴된 주변 도시 : 방사선 직장염요관 부위의 종양을 제어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진행했을 때, 저는 표적 부위의 암세포만 깔끔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마치 SF 영화에서 레이저 무기로 악당의 기지만 핀포인트로 파격하는 장면을 상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대장에서 피가 나는 현상을 겪어야 했습니다.

* **의학적 원인:**

방사선은 암세포를 파괴하지만, 그 엄청난 에너지는 주변 정상 장기의 얇은 점막과 미세 혈관에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힙니다. 악당을 잡으려다 주변 민간인 마을까지 불타버린 격입니다. 특히 요관과 인접한 직장 점막의 혈관들이 방사선으로 굳어버리면 산소 공급이 끊겨 점막이 헐고, 작은 마찰에도 쉽게 피가 나는 '방사선 직장염'이 발생합니다. 이는 치료 직후뿐만 아니라 수개월이 지나서도 불쑥 나타나는 무서운 지연성 부작용입니다.

## 2. 도심 한복판에 뚫린 싱크홀과 우회도로 : '누공(Fistula)'과 장루의 역할

더욱 끔찍했던 것은 잦은 개복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이후 직장과 질, 방광 사이에 구멍이 뚫려 서로 연결되어 버리는 '누공'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 **의학적 원인:** 반복된 절제 수술과 항암제를 붓는 하이펙(HIPEC), 그리고 방사선까지 겪은 복강 내 조직들은 지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도시와 같습니다. 정상적인 혈액(산소) 공급을 받지 못한 조직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며(괴사), 서로 맞닿은 장기들 사이의 벽이 무너져 내려 거대한 '싱크홀(누공)'이 뚫리게 된 것입니다.누공이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암 환우 카페인 '아름다운 동행'에서 누공을 찾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저희와 비슷한 누공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분들의 사례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미리 공부했다면 증상을 빨리 캐치했을 텐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 제 무지함이 원망스러웠습니다.

* **우회도로(장루) 개통:**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응급 상황에서 병원의 권유에 따라 신속하게 '장루(인공항문)' 수술을 결정한 것입니다. 싱크홀이 뚫린 도로로 계속 차(대변)를 보내면 질과 방광으로 오물이 쏟아져 대형 사고(패혈증)가 납니다. 장루라는 '우회도로'를 만들어 변을 배 바깥으로 빼냄으로써, 싱크홀 부위의 오염을 차단하고 극단적인 염증 악화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두려웠던 장루가 결과적으로 아내의 생명을 구한 결정적 방어막이 되었습니다.

## 3. 늑대의 입김에 날아가는 짚단 집 :

바닥을 친 면역 수치항암 치료를 하면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이론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론서프와 아바스틴 투여 후 아내의 면역 수치가 말 그대로 '바닥'을 쳤을 때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 **의학적 원인:** 우리 몸에서 피와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공장인 '골수'가 독한 항암제로 인해 가동을 멈춘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전래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의 짚단 집과 같습니다. 건강할 때는 벽돌집처럼 끄떡없던 몸이, 혈소판과 호중구가 사라지자 늑대(감염)의 작은 입김(가벼운 상처나 미세 세균) 한 번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벼랑 끝 상태가 된 것입니다. 병원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즉각적인 수혈과 촉진제 처치를 받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식은땀이 흐릅니다.

## 4.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너기 위한 '베테랑 선장(의료진)'의 중요성이미 만신창이가 된 아내의 몸에 새로운 표적항암제(프루자클라 등)를 투여할 때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누공과 출혈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 혈관생성 억제제를 쓰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라는 거친 항해는 시시각각 암초가 튀어나오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과정입니다. 이때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은 쏟아지는 응급 상황의 인과관계를 꿰뚫어 보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키를 꺾어 대응해 주는 '베테랑 선장(주치의와 의료진)'의 존재입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섬세한 용량 조절과 적극적인 협진으로 헌신적인 대처를 보여준 의료진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상을 지켜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긴 투병 과정에서 합병증과 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폭풍우처럼 다가옵니다. 보호자들은 환자가 겪는 항암의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아주 작은 징후에도 예민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끝없이 터지는 지뢰밭 속에서도 내 가족의 생명을 굳건히 지켜줄 수 있는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병원과 의료진의 선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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