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잘 먹는 것”이 정말 큰 숙제가 됩니다.
입맛은 떨어지고
냄새에 예민해지고
몇 숟가락 뜨지도 않았는데 금방 배가 부르고
몸은 축축 처지고
피검사 수치 하나하나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럴 때 환우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음식 중 하나가
"닭발곰탕"
어떤 분들은
“항암 중 기력이 떨어졌을 때 닭발곰탕을 먹고 버텼다”
또 어떤 분들은
“호중구가 떨어질 때 도움이 된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챙겨 드시기도 합니다.
닭발곰탕은 정말 항암 중에 도움이 되는 음식인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따져보고 드시길 권합니다.
닭발곰탕은 진하게 끓이면
국물 형태로 넘기기 쉽고
열량과 지방, 콜라겐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항암 중 식사량이 줄고 기력이 떨어진 분들에게
보조 음식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밥이나 고기처럼 씹어 먹는 음식이 부담스러운 시기에는 따뜻한 국물 음식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항암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대단한 보양식을 찾는 것보다
내 몸이 치료를 버틸 수 있도록 식사량과 체중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닭발곰탕은
입맛이 없고 기력이 떨어진 환우에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암 환우분들께
“항암 중에는 아무거나 당기는 것 다 드셔도 됩니다”
라는 말을 쉽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너무 못 먹어서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기력이 무너지는 시기에는
일단 한 숟가락이라도 넘기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말이
튀긴 음식, 가공식품, 과한 당분, 과한 지방, 자극적인 음식까지 모두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암은 현대의학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수술, 항암, 방사선, 표적치료, 면역치료처럼
검증된 치료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현대의학적 치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환우 스스로 해야 할 노력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절제된 식사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감염 관리
체중과 근육 유지
마음의 균형을 지키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치료를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치료를 버티는 몸의 바탕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암 환자의 식사는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치료를 견딜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먹는 것이어야 합니다.
닭발곰탕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음식처럼 포장할 필요도 없고
무조건 피해야 할 음식처럼 몰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항암 중 식사량이 떨어지고
기력이 많이 빠진 분들에게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조 음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닭발곰탕이
호중구 수치를 직접 올리는 음식은 아닙니다.
호중구 감소는 대부분 항암제가 골수 기능에 영향을 주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호중구 수치가 많이 떨어졌을 때는
음식 하나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주치의 판단에 따라 항암 일정 조정, 감염 관리, 필요 시 조혈성장인자 주사 같은 의학적 대응이 우선입니다.
음식은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버틸 수 있도록 몸을 도와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닭발곰탕도
“호중구를 올리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호중구가 떨어지고 컨디션이 무너지는 시기에
식사량과 기력 유지를 도와줄 수 있는 보조식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닭발에는 콜라겐 성분이 많습니다.
콜라겐도 단백질의 한 종류이기는 하지만
계란, 생선, 두부, 살코기처럼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고르게 공급하는 완전한 단백질 식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닭발곰탕만 오래 드시는 것보다는
가능하다면 계란찜, 생선, 두부, 닭고기, 소고기 살코기, 콩류 같은 음식과 함께
단백질을 다양하게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간담도계 수술을 하신 분들은
닭발곰탕을 장기간 자주 드시는 것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담즙은 지방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담도나 담낭, 췌장 쪽에 문제가 있거나
담즙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름진 음식이 소화불량, 설사, 복부팽만, 지방변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닭발곰탕은 끓이는 방식에 따라
지방 함량이 꽤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은
국물 위에 뜬 기름을 충분히 걷어내고
처음부터 많은 양을 드시기보다
소량만 드셔보는 것이 좋습니다.
먹고 난 뒤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가 나거나
기름진 변이 뜨거나
복통이 생긴다면
내 몸에 맞지 않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계속 드시지 말고
주치의나 영양사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항암 중에는 감염에 취약한 시기가 있습니다.
닭발곰탕을 드실 때는
반드시 충분히 익혀 드시고
오래 상온에 두지 말고
위생적으로 보관하셔야 합니다.
특히 백혈구나 호중구 수치가 많이 떨어진 시기에는
상한 음식, 덜 익힌 음식, 보관이 불안한 음식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닭발곰탕은
항암 중 식사량이 줄고 기력이 떨어진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치료 음식은 아닙니다.
호중구를 직접 올리는 음식도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암 환자에게 똑같이 좋은 음식도 아닙니다.
잘 맞는 분에게는
따뜻한 한 그릇이 힘이 될 수 있지만
지방 소화가 어려운 분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환우분
담낭절제나 담도 관련 수술을 하신 분
설사나 지방변이 있는 분들은
조심해서 드셔야 합니다.
암 환자의 식사는
“무엇이 좋다더라”보다
“지금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동시에
“먹고 싶으니 아무거나 먹자”가 아니라
치료를 버티는 몸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먹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음식이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맞지 않았던 음식이
나에게는 항암을 버티는 작은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암환우들에게 좋다는 음식들에
기대는 하되, 과신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내 몸의 반응을 살피며 드셨으면 합니다.
암 환자의 식사는
극단으로 가면 어렵습니다.
무조건 참는 것도 답이 아니고
아무거나 먹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치료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음식을 찾고
가능한 한 균형 있게 먹고
조금씩 움직이며
오늘의 몸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항암 중 식사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한 숟가락이라도 넘기기 위해 애쓰는 모든 환우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