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가 패혈증,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 치료까지 받으셨다가 다행히 회복되어 퇴원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열과 오한으로 시작됐습니다. 해열제나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내려가고 약효가 끝날 때쯤 오한과 함께 다시 열이 오르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아버지는 하루 더 버텨보고 다음 날도 안 좋으면 응급실에 가자고 하셨지만 저는 더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아 설득해서 저녁에 응급실에 갔습니다. 염증 수치가 매우 높게 올라 있었습니다. 엑스레이, 혈액배양 검사, 항생제 투여, 조영제 CT 등 필요한 검사를 진행했고 입원이 결정되어 병동으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병동에 올라온 뒤에도 열이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해열제를 맞았는데도 열이 다시 39도대로 올랐고 이미 고열 상태에서 오한이 또 시작되면어 열이 41도까지 올랐습니다. 그때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몸에 힘도 잘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염진통제 효과 때문인지 열은 38도대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열이 조금 내려갔다고 해서 괜찮아 보이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열이 조금 떨어진 뒤 식사를 하러 배선실 쪽으로 이동하는데 보호자인 제 눈에는 뭔가 계속 이상했습니다. 몸 전체에 힘이 많이 빠진 것처럼 보였고 걸음도 평소보다 힘없고 느렸습니다. 수액봉도 한 손으로 끄는 게 아니라 두 손으로 잡고 기대듯이 움직였습니다. 식사 중에도 기운이 너무 없어 보였습니다. 뒷목이 뻐근하다고 하셨고 머리가 띵한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앉아 계시는데도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엎드리려는 자세를 보여서 단순히 피곤한 정도와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늦은 저녁부터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직의 선생님께서는 패혈성 쇼크인 것 같다고 설명하셨고 이후 새벽에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중환자실로 옮길 때는 전날 응급실에서 시행했던 혈액배양 검사에서 균이 나왔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결국 패혈증이었고 혈압까지 크게 떨어지며 패혈성 쇼크로 진행된 상황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승압제와 항생제 치료를 받았습니다.
중환자실로 옮길 때만 해도 의료진에게 예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오늘내일 하실 수도 있다, 다른 보호자분이 계시면 부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첫날 치료 반응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다행히 전날 저녁부터 맞기 시작한 항생제와 중환자실에서 이어진 항생제가 잘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환자실 1일차 첫 면회 때 주치의 선생님 말씀으로는 승압제 용량도 서서히 줄고 있었고, 열이 나는 빈도도 줄었다고 했습니다. 2일차 면회 때는 전날 저녁부터 승압제를 중단했고, 염증 수치도 조금 꺾인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 일반병실로 가셔도 될 것 같다는 설명을 듣고, 생각보다 빠르게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일반병실로 오신 뒤에는 열도 한 번도 나지 않았고, 이후 혈액배양에서도 다시 나온 균이 없었습니다. 항생제는 정맥으로 맞다가 경구 항생제로 전환하여 퇴원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너무 아찔합니다. 만약 그날 응급실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면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고도 고열 때문에 힘들어서 주무시는 거겠지 하고 넘겼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패혈성 쇼크가 시작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습니다.
저희는 암 투병 중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를 처음 겪었고 너무 무지했습니다. 중환자실로 옮기실 때만 해도 상태가 워낙 안 좋으셔서 집에 가지 못하고 새벽에 병원 로비에서 계속 검색만 했습니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좋은 사례가 거의 보이지 않아 더 무서웠습니다.
물론 아직 중환자실에서 힘든 시간을 오래 보내고 계신 환우분들의 보호자분들께서 보시기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글을 쓰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막막하고 무서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신 분들께 이런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해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