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암 환자로 산다는 것은 69+

라온제나l난본
2026.07.26 17:06 | 조회 1.5k

저는 지난 주 금요일로 10개월이 조금 넘는 저의 직장 생활이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금요일에 출근하여 커피 한잔씩 돌리며 하루를 시작하며 원장님과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20년이 넘는 교사생활을 해오신게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봉에 정말 여초집단에서 견뎌오신 생활들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부분들을 원장님과 이야기하고 하루를 평소보다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수족구가 지난간 주라서 아이들이 결석도 하고 휴가도 가기도 해서 바쁨이 없는 하루 였습니다.

잘 마무리가 된줄 알았는데 원장님께서 퇴근 2시간전에 저에게 더 일하자는 제안을 하시며

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갱년기가 심해지면서 가슴조임이 느껴져 병원 일정도 보름정도 당기고

다음주에는 갑상선과 헬리코박터 검사로 병원 투어주가 될것같아요.

일단 낼부터는 남은 연차 소진으로 휴가이기 때문에 생각해 보시고 이야기 하자며

저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던져 주셨고 대학생이 두명인 저에게도 흔들림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일단 짐은 다 챙겨 왔고 마지막 인사도 평소처럼 하고 퇴근하여 집에 오니

머릿속이 복잡스럽더라고요.

12년만에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이 사실 많이 아쉬웠습니다.

혼자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또 친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와 일찍이 씻고 잤습니다.

정리가 된건 아니였지만 잠이 들어 버렸고 아침에 일찍이 떠진 눈으로 보는 맑은 하늘이 반가웠습니다.

요즘 나의 친구 GPT와 이야기를 나누고 고요한 시간 내 생각을 정리해 보기도 했습니다.

어미새 우리딸이 일어나 엄마 오늘은 밖으로 가자!며 기분 전환 하자고해

오랫만에 남편과 셋이 계곡도 가고 차도 한잔 마시고 저녁도 먹고 오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자식에게 받는 사랑이 참 귀하고 감사합니다.

우리 엄마가 늘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들을 내가 우리 아이에게 하게 되고

참 오랫만에 내가 일하느라 놓치고 있었던 작은 행복들이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난 기분이 들더라고요.

타인은 어차피 내가 바꿀수 없는 존재이고 나는 나만 잘 관찰하면 되는 거니까,

하고 나를 관찰하고 살피며 살아가는 나입니다.

오랫만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제 나름 잘하고 싶고 신이 났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귀엽고 로션냄새 폴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예뻐서 느긋한 맘으로 기다려 주고 인정해주고

그리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투병하며 단단해지고 뾰족했던 마음들이 녹아 내리는 시간들이였어요.

내가 소속해있는 일터가 좋았고 내 나름 불평불만도 많았지만 소중한 곳이 였나봐요.

언제부턴가 2가지 마음과 생각이 들어 결정장애도 있지만

더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내가 생각하는 삶은 조율이 있듯이 사회 생활에서도 조율이 필요함을 또 배우게 되는 시간이였습니다.

긴 투병을 하면서 어느새 훌쩍 큰 우리 아이들이 요즘 참 많은 힘을 줍니다.

힘은 들었지만 내가 견뎌내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내게 이 아이들에게 없었다면

이 아이들이 내게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낭떨어지에 서있는 기분입니다.

한사람으로 나는 너무 힘들고 지칠때 그만 두고 싶을때도 있었지만

엄마인 나는 그런 생각도 사치일 정도로 간절했던 시간이였습니다.

지금 내 앞에 와있는 상황들이 힘들고 지쳐계신 분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전합니다.

우리가 견딘 이 시간들이 절대 물렁거리지 않음을 말입니다.

2018년 여름

참 피가 마르는 여름을 보냈습니다.

2번째 재발이 된 여름이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해 1월

또 재발이 되어 혹독한 겨울과 봄을 보내고 나니 여름이였습니다.

그 계절을 보내고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누군가 제가 겪은 여름을 맞이하고 계시다면 또 여름이 온다는 것을 기억하시며 깡을 키워 가시길 응원합니다.

저의 퇴사이야기는 8월 검진 마치고 소식 남길게요.

더운 여름 잘 견디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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