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매일 수첩에 어머니의 투병 일지를 한 줄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기록하고 계십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 카페에 어머니의 발병부터 수술, 그리고 앞으로의 치료 과정까지 하나씩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지난 수술 이후 바로 항암 3사이클 일정이 잡혔고, 수술 경과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복막암이 아닌 난소암 3기였습니다. 다행히 선항암이 매우 잘 반응하여 유착되어 있던 병변들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었고, 난소와 부속장기를 제거하면서 공간이 확보되어 우려했던 장 절제나 장루 수술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또한 소장 겉면에 있던 종양과 PET-CT, MRI에서 보였던 이상 병변들도 대부분 크기가 많이 줄었거나 흔적만 남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외과 교수님과 협진으로 진행된 이번 수술에서는 보이는 병변들은 "포를 뜨듯 제거했다."(교수님의 표현)고 말씀해 주셨고, 흔적만 남은 부분들은 지지는 방식으로 치료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산부인과 교수님께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시며 "앞으로 남은 암들도 하나씩 함께 제거해 나갑시다."라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육안으로 보이는 암들을 모두 제거했고, 약 30cm에 이르는 큰 절개를 감수했지만, 무엇보다 장루 수술까지는 하지 않게 된 것.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수술 후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수술 후 섬망 증상과 잦은 구토, 변비와 설사, 이전보다 말씀이 많아지는 증상, 몸 전체의 통증과 저림 등 여러 부작용을 겪고 계십니다. 많이 힘들다고 말씀하시지만, 회복하려는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강하십니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식사를 챙겨 드시고, 주변에서는 몸에 좋은 음식과 과일을 계속 보내주고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머니께서 평생 베풀며 살아오신 사랑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지난 삶도 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는 더 착하게,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라는 마음이 더욱 커지는 요즘입니다.
수술 후 3주가 지나 바로 1차 항암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퇴원하기 전 떼어낸 조직과 혈액검사를 통해 유전자 검사도 권유받았습니다. 이 검사는 현재의 독성 항암을 계속할지, 표적항암제로 변경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검사라고 합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저 역시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먹는 표적항암제로 치료를 이어가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1차 항암은 선항암 때와 동일하게 탁셀과 카보플라틴 조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머니도 선항암 3사이클을 겪으시며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셨습니다. 원래 2시간 동안 맞는 주사를 3시간으로 천천히 맞으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다는 것을 직접 찾아내셨고, 이제는 항암 입원 전 필요한 짐도 미리 챙기고 필요한 물품도 미리 주문해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동생과 저는 번갈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퇴원도 함께하며, 어느새 이런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항암 후 3~4일째가 가장 힘든 것은 여전합니다.
손발 저림이 심하고, 어머니 표현으로는 "발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걸음도 불안정해지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집니다. 특히 밤에 잠들기 전 통증이 가장 심한 날에는 동네 의원에서 진통제와 영양주사를 맞고 오시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정성껏 준비해 주시는 식사를 꼬박꼬박 드시고, 따뜻한 물에 손발을 담그는 수족욕도 하시고, 저주파 마사지도 받으시면서 조금이라도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어머니 한 분이 아프시니, 어머니가 해주시던 모든 일들이 멈췄고 우리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병간호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한순간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방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다가도, 어머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안심시켜 드려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
'왜 그것도 여러 번이나...'
사실 저 역시 4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턱뼈 골절, 다리 3과 골절, 큰 교통사고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이제는 내가 없어져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적어도 부모님께 불효하는 자식은 되지 말자는 생각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하나님께서 저를 정금과 같이 단련시키시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모든 환우분들, 그리고 곁에서 함께 버티고 계신 보호자분들께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끝까지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긴 터널을 지나, 오늘을 감사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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