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빠가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부부l전보
2026.08.22 00:45 | 조회 25

올해 재발 및 다발성 뼈 전이 진단 받고 항암 시작한 지 3개월이 조금 지났네요

분명 호기롭게 시작한 항암이었으나 결국엔 아빠의 의지로 치료를 포기하셨고 항암 중 아빠의 몸은 정말 빠르게 안 좋아졌어요

두 발로 잘 걷고 스스로 식사를 하시던 모습이 몇 주 뒤에는 거동이 불편해 부축이 필요해지고 숨이 차고... 나중에는 스스로 걷지도 일어서지도 뭘 마시지도 먹지도 못했고 방사선 치료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추가 완전히 망가져서 통증이 극심해 침대 베드 각도조차 바꾸지 못했네요

저는 치료를 포기한 아빠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하지만, 아빠의 혼자 있을 때 너무 울지 말라는 말도 슬퍼하지 말라는 말도 사실 잘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통증으로 아빠의 힘들어하던 얼굴과 임종 전날의 힘겨운 호흡, 제 눈물을 닦아주던 순간, 아파서 식은 땀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떠오르다가도

아빠를 조수석에 태우고 처음 드라이브했던 기억, 주차 연습하다 서로 답답해서 소리 지른 기억, 내가 퇴근할 때면 매일매일 주차안내 요원이 되어주던 다정하고 재미있는 모습, 라면을 한 입만 뺏어먹겠다더니 그릇째로 뺏어먹냐며 절 타박하던 기억, 아빠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포장해와서 같이 먹었던 기억, 가족들이 해외여행 다녀올 때면 입출국 모두 태워와주던 모습, 아직 아기인 손주들에게 풍선을 불어주고 열심히 놀아주는 할아버지로서의 모습, 9시에 나가야 하면 8시부터 절 재촉하던 부지런하고 급한 모습...

좋았던 거 재미있던 거 슬펐던 거 짜증 났던 거 모든 추억이 계속 계속 계속 떠오르고 그리워서 눈물이 나와요

아빠 장례식에서는 친구 분들이 절 보고 너가 아빠가 자랑 많이 하던 그 딸내미구나~ 하셨을 때 저에 대한 것들을 잘 알고 계셨을 때... 친구 분들께 제 얘기를 했을 아빠를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나오기도 했었네요

아빠가 이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평화로운 곳으로 잘 떠났기를 너무 너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데 길을 잘 찾아가고 있을까? 잘 걸을 수 있으려나? 혹시 가는 길에도 아픈 건 아니겠지? 내가 울어서 아빠가 막 삶에 미련을 갖고 구천을 떠돌게 되는 건 아니겠지? 이런 온갖 걱정도 하게 되는 거 있죠 웃기게 가기 전에도 가고 난 후에도 걱정이 돼요 건강히 살아계실 때나 효심이 지극한 딸이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참... ㅎㅎ

아빠가 떠나기 전에는 아빠를 잃게 될 거라는 두려움 절망 슬픔이 정말 컸는데, 그래도 동행 분들이 계셔서 위로를 정말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위태로운 아빠를 보면서 좋은 치료 경과를 보여주신 분들께도 부끄럽지만 축하보다는 사실 부러움이 앞섰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진심으로 위로해주시고 공감해주신 동행 분들 덕분에 저도 이제는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해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동행 카페에는 습관처럼 들어오게 되지만 더 이상 제가 병환과 관련된 글을 쓸 일이 없기를

아직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과 그들의 보호자 분들 모두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고 많이 고통받지 않으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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