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물고기팔딱
2026.08.25 03:38 | 조회 118

일 안한 아빠대신 밖에서 돈벌어오고 집안일도 하면서 고생만 하다 두달 반 전에 암 4기 진단 받은 67살 엄마

마음이 여리고 걱정이 너무 많고 암 진단 받은 뒤 (원래도 그런 성향이었지만) 혼자서 무언가 하는것을 극도로 우울해해서 최대한 같이 있고 같이 밖으로 나가야 좀 기분이 나아지는 엄마

40대 중반부터 71살인 지금까지 아예 일을 안한 아빠

가부장적이고 공감능력 없고 다혈질에 어릴때부터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결론만 말해!라며 말 자르고 윽박질렀던 아빠

단한번도 자식들과 제대로 된 정서적 소통을 해본적이 없는 아빠

나가는걸 좋아하는 엄마와 달리 집에만 있고 이발할때, 은행갈때 빼고는 거의 외출을 안하는 아빠

그래서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놀러다녀본 적이 손에 꼽는 아빠

집에서만 있다보니 몇십년간 밤낮 다 바뀌고 식사패턴 엉망이어서 얼마전부터 골골대며 소화안되고 힘들다고, 아프다는 아빠

친정집과 2시간 30분 떨어진 곳에 살고 남편과 7살 아이가 있는 첫째 딸

결혼 초까지는 형부에게 효녀 심청이라 불리며 엄마를 끔찍하게 좋아했던 첫째 딸

친정집에 오면 엄마를 껴안고 뽀뽀세례를 퍼붓던 첫째 딸

형부랑 둘이 어디 맛있는 식당 가면 우리엄마가 좋아하는거라며 눈물짓던 첫째 딸

마찬가지로 친정집과 2시간 30분 떨어진곳에서 일하는 막내아들

아빠에게 보고 배운게 없어 30살이 되었지만 정신연령은 고딩같은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고 그저 (좋게말하면) 순진한 막내아들

어릴때부터 자라오면서 본건 아빠가 소파와 물아일체 돼서 그저 빈둥거리는 모습밖에 못 본 막내아들

그래서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한 막내아들

남편과 4살 아들이 있는 나

그나마 자식중에 남들이 좋다고하는 직장에 들어간 나

그래서 부모님이 항상 자랑하는 나

하지만 어릴때부터 언제 화낼지 모르는 아빠때문에 집에서도 항상 긴장을 하며 살았고 가장 편안해야할 집에 있는게 너무 불편하고 마음졸였던 나

그 영향으로 나이든 남자 어른상사들을 매우 불편해하고 어려워하고 보고하려고 앞에만 가면 주눅들어 사회생활도 못하는 나

언제부터 시작된지 모를 뿌리깊은 우울증으로 정신과 다니며 휴직중인 나

내가 없으면 불행해질 어린 아들과 남편이 불쌍해서 살아보려고 이직을 위해 죽을 각오로 내년 시험준비중이던 나

심청이라고 불리던 큰딸은 결혼 후 언제 그랬냐는듯 가끔 친정에 오면 일하느라 힘들었다고 드러눕기 바쁘며 엄마, 동생들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수발받으며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힘든 사람처럼 행동하는 큰딸

엄마가 아픈뒤로 좀 변할까 했더니 엄마 수술 직후 자식들끼리 이틀씩 나눠 간병할때 자기 피곤하다면서 계속 자고 엄마가 뭐 해달라고 부탁해도 일어나기 귀찮고 피곤해서 잘 해주지도 않았던 큰딸

오죽하면 엄마가 나한테 있어주면 안되냐고 할 정도로 수술한 엄마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첫째딸

엄마 암 진단 받은 뒤 두달반동안 총 세번 내려와서 그마저도 겨우 하루 자고 가면서 엄마를 돌보기는 커녕 잠만 자고 겨우 맛있는거 한끼 사주는걸로 자기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큰딸

친정과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다른자식들보다 부모에게 잘한다는 이유로 모든걸 떠맡은 채 두달반동안 엄마를 간병한 나

중간에 정말 급한 사정때문에 일주일을 엄마한테 못갔더니 혼자인게 우울해서 매일 가는 맨발걷기 숲을 울면서 갔다는 엄마

그 이야기를 듣고 항암 전까지 몇 주동안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싸들고 엄마 태우고 운전해서 먼곳에 떨어진 숲까지 맨발걷기 하러 같이 간 나..

아이한테 신경도 써야하고 공부도 해야하고 나도 살기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맨발걷기 숲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평안해진다며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있는 엄마와 항상 함께하는 나...

의도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혼자있으면 너무 우울하고 눈물만 난다는 말을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 하는 엄마. 니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엄마

그런 엄마를 외면할 수 없어 그렇게 4시까지 숲에 있다가 친정집에 와서 아프다고 밥차려먹는것도 힘들어하는 아빠와 엄마에게 밥도 차려주고 그렇게 부랴부랴 집에 도착하면 밤 8시 9시

다행히 모든걸 이해해주는 고마운 우리 남편

엄마 없어도 아빠랑 너무 잘 노는 고마운 우리 아기

그런 시간들이 흐르고 오늘 첫 항암

항암주사실에 가보니 수십개의 침상과 수많은 환자들.

혼자 온 환자들도 많았고 속내는 모르겠지만 다들 환자같아보이지 않았다

첫 항암을 하며 친해진 옆자리 아주머니.

엄마와 비슷한 나이대, 똑같은 암이었다

너무 씩씩하시고 긍정적이어서 놀랐다

나와 엄마가 하는 행동들을 보시더니 엄마가 너무 어린냥이 심하다고 딸이 힘들겠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지난주 비실비실한 엄마를 보고 교수님이 다른사람보다 안씩씩하다고 말했던게 떠올랐다

그 아주머니는 딸들에게 오늘 항암하는지 말도 안하고 혼자 왔단다

항암 하고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컨디션이 괜찮아지면 집에 가서 밭일도 하고 그러신단다

난 엄마가 입원할때마다 링겔 꽂은채로 화장실가면 같이 따라가서 바지까지 올려줬는데....

너무 버겁다...나만 엄마를 돌본다

내가 하지않으면 아무도 안한다

나마저도 엄마한테 가지 않으면 엄마는 극도로 우울해하고 곧 죽을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한다

나도 버겁다..

항암 전날 멀리서 오신 시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고 친정집에서 하루 잤는데 오늘 항암하고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 하루만 더 같이 있어달란말에 또 그러겠다고 하고 누워있는 지금..

30분쯤 잤을까 밤낮바뀐 아빠가 거실에서 보조등을 켜두고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무언가한다

덜그덕 쿵 삐삐 전자렌지에 물을 데워 마신다

꺼억 꺽 트림을 한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

화장실 불켜는 소리는 탁탁 왜이렇게 큰지..

더워죽겠는데 에어컨을 켜면 춥다는 엄마 아빠 덕분에 문을 열고 자니 온갖 소리에 잠이 다 깼다

밤은 더욱더 깊어가는데 잠은 오지않고 내 우울증도 깊어가는 것같다

가만생각한보면 웃기기도하다

겨우 두달반 해놓고 힘들다고? 두달반 해놓고 생색은..

여기있는 다른 사람들은 몇 년씩 간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겨우 두달 반 해놓고는...

엄마가 4기 암인데 이정도도 못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난 내년에 시험에 합격하지않으면 우리 가계 사정은 너무 어려워진다 공부를 얼른해야하는데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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