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고집이 엄청 센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케이와이l위보
2026.09.01 14:27 | 조회 325

# 1.

항암으로 걷는 게 불가능해져 휠체어를 타는 환자인 제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저는 직계가족인 그 보호자입니다.

집에서는 바닥에서 앉아 이동하는 방법, 바닥 <-> 의자,변기 를 이동하는 법을 충분히 알려드리고

반드시 1초라도 서는 건 보호자인 가족들이 있을 때만 하라고 그렇게 당부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꼭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서 있는걸 발견합니다.

이 때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넘어지면 초대형사고 라는 걸 다들 아시잖아요.

참으로 불행하게도 이렇게 하여 하루에 한번은 낙상사태가 일어납니다.

방에서 제가 무언갈 하고 있는데 상식 수준 이상의 꽈당 소리가 나면

100% 혼자 기립하시려다가 크게 넘어진 상황인 것이죠.

다행히 골격이 타고나시길 통뼈이신데다 아직은 근육량이 충분하여 여태껏 뼈에 금이 가거나 골절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

# 2 .

항암 중 내성으로 인해 제거수술을 위한 입원을 했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입원하여 보호자로 간병중에도 역시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환자가 시도때도 없이 보호자를 부르는데 무엇 때문인지 가 보면 뭐 달라고 요구 하는것도 아니고

별 시덥잖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인 저는 힘이 빠지고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에 멘탈이 점점 붕괴됩니다..

물달라 뭐달라 이거달라 저거달라.. 1인실도 써보고 다인실도 써봤는데, 주변과 비교해보면 저만 그렇게 힘든거같습니다. 다른 옆 침상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정도까진 아닌거같은데.. 저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눈뜨고 일어나자마자 침상을 보니 오줌으로 완전히 침상 시트는 다 젖어있었고,

기저귀랑 환자복 침상시트 다 교체한다고 들어내고,

걷지는 못하시니 환자 다리는 보호자 입장에서 들기엔 천근만근이고,

그렇게 한번 교체하고 몸 닦아내고 하고나면 허리 통증이 동반되더라구요.

환자는 눈만 꿈뻑꿈뻑하고.. 제게 아무런 미안하다는 이야기, 죄책감은 1도 없습니다.

아침 나오니 아침 먹이는데 항암 부작용 때문에 손동작도 부정확해서 계속 흘립니다..

임시방편으로 베개피로 받쳐줘야하고..

이닦을때도 걸을수가 없으니 침상에서 닦이려고 물이랑 헹구고 버릴 물그릇 입근처에 가까이 대 주면

신경질적으로 더러운거 왜 자기 얼굴에 갖다 대느냐고 예민하게 말하질 않나..

그렇게 자고 일어난 지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의사선생님 회진 지나고 이것저것 지나면 보호자인 저는 이미 지쳐버려 허기짐이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이제 아침 좀 먹으려고 병실을 나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똥이 마렵답니다.

근데 항암 부작용으로 변의만 엄청 있고 나오지는 않으며 나오는 건 소변 뿐입니다.

침상에서 싸야 하니 만반의 준비와 긴장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두 차례 똥이 마렵다고만 하고 실제로 나오는 건 역시 또 소변 뿐입니다.

전 이미 그로기 상태였는데, 이것 때문에 완전히 탈진 직전까지 가버립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 보호자인 저는 환자에게 말합니다.

"밥 좀 먹고 오겠다고."

똥은 마려우면 그냥 맘 놓고 침상위에 싸라고 알리고선

도망치듯이 병실을 나서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밥을 먹으러 채비를 합니다.

너무 배가 고프고 힘이 없어 라면 하나로는 도저히 안되겠고

비빔밥 한그릇만 딱 비우고 오자는 생각으로 식당에서 밥 한 술 뜨는 순간

제 휴대전화에 불이 납니다. 휴대폰에 저장 안 된 번호. 딱 봐도 간호병동에서 걸어온 전화죠. 난리가 났습니다.

'간호사인데 아버지가 침상에 대변보셨으니 어디엘가셨냐. 빨리 오시라' 고..

이제 헛웃음만 나옵니다. 저는 사람들 앉아 있는 식당에서 혼자 ㅂ신처럼 소리내어 웃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이러한 현실에 참을수가 없어 손에 잡고있던 숟가락을 식판으로 내리 쳤습니다.

한 술도 제대로 뜨지 못한 식판과 주변을 정리하고 병실에 도착했더니

이미 변 냄새로 가득찬 아수라장입니다.

최대한 숨을 참으며 무거운 아버지의 다리, 허벅지, 엉덩이와 씨름하며 똥과 오줌을 걷어냅니다.

똥이 침상시트에까지 침범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날은 진짜 생 지옥입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모든 정리를 마쳤습니다.

10분 뒤 또 똥이 마렵답니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악마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렇게 또 침상에 대변을 치르고, 닦아내고.

한참 그렇게 치우고 시간이 흐르니 이제 시간이 오전 11시가 되어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또 다른 챕터가 시작됩니다.

'물 달라, 머리 감아달라, 등 좀 닦아달라, 그리고 누구누구 만나야된다, 어디 가야된다.' 라며

온갖 사사로운 요구+현실 불가능한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과들을, 반나절 저물고,

그것이 한번 더 저물게 되면 밤이 됩니다.

자야하는 밤엔 무슨 저주에 걸렸는지

새벽 내내 엄청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세가 반복됩니다.

저는 사실상 거의 한 숨도 잘 수가 없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간호사에게 '제발 1층에서라도 자고 올 테니 부탁한다' 하여도 들어주질 않습니다. 코골이 때문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질땐 보호자가 꼭 있어야 한답니다.'

아침에는 끊임없이 시달리고 밤에는 한 숨도 잘 수 없으니

이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되었습니다. 생 지옥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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