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가을 타나 봅니다.

아미별님l위본
2026.09.03 21:52 | 조회 254

안녕하세요? 아미별님입니다.^^

이번주 비가 한창 오고나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도 살짝 가을타나봅니다.ㅎㅎ 계절성 우울증이 시작된 걸까요??

오늘 따라 센치해지네요~

저는 원래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서로 좋아서 만나 어울리고,

따뜻한 정을 주고받았다면 오랜 시간 그 관계가 이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란 건 어쩐지 쓸쓸하고 허무하게 느껴져요.

학창 시절 그토록 둘도 없이 친했던 친구들과도 어느덧 멀어져, 이제는 그저 SNS 너머로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응원하는 사이가 된 것처럼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죠.

저는 요양병원 생활을 꽤 오래 해왔습니다.

여기저기 4곳을 거쳐 지금 지내는 이곳에 정착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네요.

이곳에서 만난 환우분들과 정이 깊게 들어 떠나기가 참 아쉬웠습니다. 실비 면책기간에는 외래로 치료를 받으러 오면서도 언니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매일을 함께했지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그리움과 외로움을, 환우 언니들과 서로 다독이며 따뜻한 온기로 채워갔던 것 같아요.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큰 위안이자 버팀목이 되어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그렇게 같이 식사하며 웃던 언니들 중 세 분이 별이 되셨어요.

그 슬픔이 지난 후 깊은 우울감이 찾아왔고, 지금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지내고 있어요. 암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이 올 확률이 2배~10배 더 높다고 하더군요. 실제 암환자 4명중 1명은 우울증이래요. 밝게 웃으며 잘 지내다가도 슬픔에 한번 잠식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지금 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우울하구나' 하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내고 있어요.

돌아보면, 또다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 나도 모르게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스레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지키기위한 방어기제였겠지요.

이제 수술도 잘 끝났어요. 철심도 제거하고 외과 교수님 뵈러 진료실에 갔는데...

배 안에 있었던 복수, 수술 후 복막 세척수 검사했더니 암이 없다고 해요. 이 말을 듣고 소름 돋았어요.ㅠㅠ 이런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복강경으로 봤을 때 복벽에 있던 암이 복막에 닿아 붙어 있었다고 했는데 복막에는 암이 없다니 정말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절개한 암덩어리의 유전자 검사에서는 클라우딘18.2가 90% 나왔고, 다른 바이오마커는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만약 항암 치료를 하게 되면 클라우딘은 이미 내성이 와서 못 쓰니 쓸 수 있는 표적은 없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잘 회복하기만 하면 된거죠~~~😉

이번달 9월14일 pet-CT 결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외과 교수님께서 수술후 눈에 보이지 않는 재발이나 잔여암이 있는지 확인하자고 하셨어요.

이제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오랜 요양병원 생활을 정리하고 친정집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알게 된 분들과도 아마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겠지요.

별이 된 언니들과 함께했던 추억들도 안개 속에 가리듯 흐릿해질까요?

문득 요 근래에,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다시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영원한 관계에 집착하기보다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그 순간 나에게 주었던 따스한 온기, 감사함, 그리고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경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싶어요. 서로에게 필요한 온기를 나누고 각자의 계절을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 인연의 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영원하지 않음에 슬퍼하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삶의 우선순위를 차근차근 생각하며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담대함을 배워가는 중인 것 같아요.ㅎㅎ 어렵네요^^

치료와 투병이라는 길목에서 만난 모든 인연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계신 동행분들과는 '시절인연'을 넘어 오래도록 함께하는 '영원한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큽니다.

오늘 하루, 소중한 사람들과 더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되세요~💕

⊹˚.⋆ ─── ‧⁺ ⋆☆ ⊹˚. ─── ⋆‧⁺⊹˚.⋆ ─── ‧⁺ ⋆☆ ⊹˚

1. 게시글, 댓글, 닉네임에 초성을 사용하지 마세요.

2. 게시글을 삭제하여, 타인의 댓글까지 삭제하지 마세요.

3. 가입인사 삭제, 가입정보 비공개 전환하지 마세요.

4. 회칙과 공지를 엄격하게 적용 중이니, 불이익 받는 일 없도록 주의해 주세요.

⊹˚.⋆ ─── ‧⁺ ⋆☆ ⊹˚. ─── ⋆‧⁺⊹˚.⋆ ─── ‧⁺ ⋆☆ ⊹˚

Naver
목록으로

댓글

8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