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버님을 보내드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잡담글)

올림픽l신보
2026.09.09 01:56 | 조회 509

2024년, 시아버님께서 신장암 4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의료진은 수술을 권했지만 아버님은 거부하셨어요. 저는 급히 이 카페에 가입해 이것저것 알아본 후, 다른 가족들과 함께 아버님께 수술을 간곡히 권해드렸습니다. 하지만 남편만은 "의미 없다"며 반대했어요. 그때는 '어쩜 자기 아버지한테 저렇게 무정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친정아버지가 방광암 수술과 담도암 수술을 모두 이겨내시고 지금도 일상을 잘 지내고 계셔서, 저는 시아버님께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랐거든요.

결국 아버님은 권유를 받아들여 수술대에 오르셨고, 그 뒤로 건강은 눈에 띄게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돼 마약성 진통제를 병행하셨지만, 그 고통은 너무나 컸습니다.

아주버님이 헌신적으로 아버님을 돌봐주셨습니다. 서울에 사는 저희는 거리가 멀어 자주 시댁을 찾아뵙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해드릴 게 없어 늘 죄송한 마음이었어요. 평소 꼿꼿하고 강인하셨던 분이라 저희가 가도 아픈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셨습니다. 시어머님이 "사실은 많이 아파하신다"고 귀띔해 주지 않으셨다면 모를 정도였지요. 그나마 어린 손녀의 애교와 재롱에 아버님이 미소 지으실 수 있었던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점점 쇠약해지신 아버님은 결국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가셨고, 진단받으신 지 6개월 만에 영면하셨습니다.

막상 장례를 치르는 동안, 깊은 슬픔과 함께 이제야 그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 평온한 곳으로 보내드렸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의미 없다"던 남편의 말이 맞았나? 싶네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저는 또다시 수술을 권할 수 있을까요.

어느덧 아버님을 성묘하며 뵌 지가 2년이 되었습니다.

이젠 아버님 앞에서 농담도 하고 더위를 핑계로 조금 빨리 헤어질 때도 있어요. 시간은 상처를 조금씩 덮어주긴 하나봐요. 처음엔 혼자가 되신 시어머님이 못내 걱정스러웠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그 생활에도 많이 익숙해지신 듯합니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 시댁에 내려가 시어머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하나의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아버님께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보곤 합니다.

"아버님, 잘 지내고 계시죠?

저희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때 재롱을 부리던 순수했던 손녀딸은 어느새 사춘기를 준비하는 나이가 되었어요. 소심하게 반항도 하네요. 그래도 가끔 자기 방 어딘가에서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손편지들을 하나씩 꺼내 와서는, 저와 함께 그때 추억을 꺼내 보곤 한답니다. 이제 곧 추석이네요. 그때 또 찾아뵐게요, 아버님."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두런두런 끄적여 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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