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병원 가는길

사
사 계 절 l 대보
2026.09.25 21:59 | 조회 124

오늘 항암 3회차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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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서 세브라스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지만 추석이라 지원 차량도 없었고, 하필 비까지 내리고 있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았고, 겨우 예약한 택시는 맞은편에 서 있길래 유턴해서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다가 결국 취소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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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에는 빗줄기가 너무 거세졌고, 결국 캐리어를 끌고 기운 없는 남편과 함께 병원까지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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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남편을 편하게 병원까지 데려다주지도 못하고 걷게 하는 제 모습이 미안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남편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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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기 싫어하는 남편에게 제발 우산 좀 써달라고 사정하면서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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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병원에 도착했지만 남편은 많이 지쳐서 결국 토했고, 이것저것 검사를 받은 뒤 저녁 6시 30분부터 항암 3회차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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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제가 왜 울었을까 싶습니다. 울지 말걸, 남편 속상하게 하지 말걸… 택시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눈물까지 보인 제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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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늘 제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가 온 것도, 택시가 오지 않은 것도, 예약한 택시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제 잘못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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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저 아픈 남편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병원에 도착하기를 바랐고, 비를 맞지 않게 해주고 싶었고, 어떻게든 항암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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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무능해서 나온 게 아니라 너무 걱정되고 사랑해서 나온 눈물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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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든 길을 함께 걸었고, 결국 병원에 도착해서 항암 시작했습니다. 저도 남편도 정말 잘 버텨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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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저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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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완벽한 보호자가 될 필요는 없어. 오늘도 남편 곁을 지켜준 것만으로 충분해.”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내년 추석은 웃으면서 맞이할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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