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죽음이 두려운 우리에게

주
주니퍼l대본
2026.10.07 21:59 | 조회 574

​

암을 겪고 나면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이 자꾸 마음 한편에 자리 잡습니다.

검사 날짜가 다가오면 불안하고, 작은 증상 하나에도 혹시 재발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안도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어쩌면 암 환자에게 죽음은 단 한 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죽음을 좋아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

나는 여전히 죽음이 무섭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도 두렵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조금씩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

불교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고 합니다.

사람도 변하고, 몸도 변하고, 계절도 변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변합니다.

우리는 그것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도 모릅니다.

​

꽃이 영원히 피어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꽃이 진다는 이유로 꽃을 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언젠가 질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피어 있는 꽃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요.

영원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것.

​

암을 겪으면서 우리는 어쩌면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죽음을 생각할 때 이렇게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살아 있다.”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참일 수 있습니다.

죽음이 두렵다고 해서 우리가 약한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생각한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을 인정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 눈을 떴고,

누군가와 밥을 먹었고,

햇빛을 보았고,

좋은 음악을 들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그것들이 바로 삶입니다.

​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삶을 잠시 멈춰놓을 필요도 없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재발을 오늘 미리 겪을 필요도 없습니다.

죽음은 언젠가 한 번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오지 않은 죽음을 오늘 수백 번씩 미리 살아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오늘은 오늘만큼 살아도 충분합니다.

내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내일의 내가 맞이하면 됩니다.

오늘의 나는 오늘을 살아가면 됩니다.

어쩌면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 있는 오늘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 모두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아직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너무 먼 곳을 바라보며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햇빛을 보고,

오늘의 밥을 먹고,

오늘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오늘 하고 싶은 작은 일을 하나 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살아볼 만한 날입니다.

우리 모두 죽음 때문에 남은 삶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은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올 일이지만,

오늘은 아직 우리의 시간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1. 게시글, 댓글, 닉네임에 초성을 사용하지 마세요.

2. 게시글을 삭제하여, 타인의 댓글까지 삭제하지 마세요.

3. 가입인사 삭제, 가입정보 비공개 전환하지 마세요.

4. 회칙과 공지를 엄격하게 적용 중이니, 불이익 받는 일 없도록 주의해 주세요.

⊹˚.⋆ ─── ‧⁺ ⋆☆ ⊹˚. ─── ⋆‧⁺⊹˚.⋆ ─── ‧⁺ ⋆☆ ⊹˚

​

​

​

Naver
목록으로

댓글

12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