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대략 10여년 전, 제가 근무했었던 삼성서울병원에서 비강암을 치료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어느 진료일에 만난 담당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든 암은 생존율이 50%입니다. 아무리 생존율이 낮은 암이라해도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할지 알 수 없지 않나요? 그러니 미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암 생존율이 10%라도 그 10%의 사람에겐 100%인 것입니다."
'제 비강암 5년 생존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라는 내 우문에 대한 현답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말이 계속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잘 치료되고 있으니 마음의 짐을 덜고 걱정마시라는 뜻으로 대답해 주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제 비강암 세포는 테라토칼시노살코마라는 세계적으로 그 사례가 100건도 되지않는 희귀종이었고 국내에는 단 1례밖에 없었기에 생존율이라는 데이터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걱정을 하였고 치료 방법도 명확하게 정립된 것이 없어 난감했었습니다. 그런 심란한 와중에 들려온 이런 교수님의 대답으로 마치 얼었던 손이 난로앞에서 노곤노곤 해지듯 마음이 '턱' 하고 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교수님의 이 대답이 암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진리의 말씀이나 다름없다 생각하며 모든 암환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이 말씀은 그 후로 2019년~2023년 소세포폐암 투병중에도 마음속에 묵직하게 자리하여, 흔들리고 방황하는 심리를 다잡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2019년 당시 폐암 3기(소세포폐암 제한기) 5년 생존율은 1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말씀이 저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암을 여러번 겪다보니 가지게 되는 마음은 부정적이고 낮은 자존감, 일말의 죄책감, 분노, 왜 나인가 하는 억울함 등이었습니다. 아마 현재 투병하시는 환우분들은 많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저변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싶은 걱정과 치료성공에 대한 염려가 있고, 그러다보니 생존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법정 판결문처럼 거역할 수 없는 무언가로 느껴지곤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5년 생존율이 10%라면 열에 한명이 살고 아홉이 사망한다는 의미이긴 합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처럼 내가 하나에 들지, 아홉에 속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미리 걱정한다고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오로지 마음을 정돈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모든 환우님들의 마음속에도 이 말씀이 무게추처럼 자리잡아 5년간, 아니 그 후로도 쭉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