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 설거지 후에 전기주전자 속의 물때를 발견하고 베이킹 소다 두어 슫갈과 물을 넣어 끓이기 시작했어요.
잠시 불려 뒀다 닦아야 하기에 그대로 두고는 교회를 가기 위해 머리 손질을 하고 남편에게 커피를 마시겠냐고 물었어요.
마시겠노라는 남편의 대답을 듣고 커피 믹스와 라떼 믹스 한 봉씩 꺼내 따로 타서 다시 섞어 마시는 꼼수를 부립니다.
믹스커피는 너무 달고 라떼는 너무 안 달아서 두 개를 섞어 나눠 마시는 것이 주말 아침의 즐거움입니다.
주전자의 물이 따뜻하기에 (온도가 표시되는 주전자였어요) '물이 아직 따뜻하네' 그러면서 따랐죠.
그런데 커피 맛이 좀 이상했어요. 텁텁하고 느끼한 것이 평소 주말에 마시는 것과 달랐지만 미각이 둔한 편이라 그냥 마셨어요.
커피 잔을 씻기 위해 씽크대로 갔다가 문득 전기 주전자를 닦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뚜껑을 열었더니 주전자에 물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이게 왜 없지?
그제서야 그 물로 커피를 타서 마신 생각이 드는 거예요. 너무 놀라 남편에게 말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큰일난 듯이 굴기에 식용이라 괜찮다고 얼른 둘러댔네요.
그 뒤로 며칠 동안 지냈지만 별 탈없이 지나갔고 주전자 속의 물때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여러분도 건망증으로 낭패보신 경험이 있겠죠?
저랑 띠동갑의 72세 시누이는 모임가면 은밀한 목소리로 서로 묻는답니다.
"니는 빤쭈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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