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TIJ] 기적을 품은 이야기 "놀이터 1"

이기자후후l대본
2021.01.25 15:06 | 조회 811

남부 구치소 (2016년 12월)

경기 수도권의 특경법관련 항소심 재판은 각 지방법원이 아닌 서울고법으로 이송된다. 12월 29일 재판부가 정해지자 특경법으로 12월 8일 인천구치소에서 구속되었던 나는 남부구치소를 향해 짐을 쌌다. 티비에서만 보던 닭장같이 생긴 죄수 이송차량을 타고 남부구치소로 옮겨가는 바깥 풍경은 그저 일상이었다. 얼음길을 조심조심 걷는 사람들, 피곤하지만 움켜리고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가게 앞을 열심히 청소하는 노부부의 동작들. 차창문 너머로 보이는 일상과의 단절, 당연한 줄 알고 누렸던 일상을 갈망하게 하는것, 이것이 바로 형벌의 시작이었다. 남부구치소에 도착하자 나는 2층에 방배치를 받았다. 짐을 싸들고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6번방으로 들어섰다.

7명의 입소자들이 나를 뚫어지게 처다보고 있었다. 원래는 다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모르지만 우중충한 쑥색 빛깔의 관복을 입고있는 그들중에 그 누구도 이쁘거나 매력적이기는 현실 불가능이었다. 태생이 남한테 상냥스럽게 구는건 나와는 맞지 않는터 그냥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중 한명이 친절하게 누가 1번이고 누가 7번인지 8번 꽁번으로 들어온 나에게 일일이 소개를 했다. 아 네네...고개만 끄득였다.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은 한명, 나머지는 평균 55세 이상이었다. 험상굳게 생긴 1번언니가 대뜸 나에게 묻는다. 보통사람보다 족히 두 옥타브는 높은 목소리였다.

"교회 다녀요?"나는 잠시 머뭇했다. 생뚱맞은 이 질문의 의도가 바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교회 다닌다하면 한 소리 듣는건지 이 방에서는 성경책을 읽으면 안된다고 미리 겁박을 주려는 건지, 낸장 여기서 이런 질문은 도대체 왜하는것인가. "네..." 긴 말도 하기 싫은 터라 그냥 있는 그대로 네하고 대답했다. 두 옥타브 높은 목소리는 이어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내가 신입온다길래 제발 하나님 믿는 사람으로 보내달라고 기도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어쩌고 저쩌고 주절주절~~"

나는 어디를 가나 상황 파악이 되기 전에는 절대 나대는 성격이 아니다. 이번에도 몇일을 구성원들 파악하는데 온 신경이 곤두섰다.

방장인 1번 미라언니- 생긴건 조폭같은데 챌로 전공의 교회 반주봉사하는 사람이란다. 푸하하 도대체 외모와 정체성이 매치가 안되어 진짜 웃음이 터지는걸 겨우 참았다. 두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방에 발도 들여놓기 전에 교회다니냐고 다그친 그 분이 이분이다. 나라에서 주는 정책자금을 집행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횡령으로 잡혀왔다고 한다. 2번 경희언니-여긴 진짜 영화에나 나오는 캐릭터다. 남편이 경찰간부인데 주변인들과 공동으로 땅투자한게 잘못되면서 주범으로 잡혀왔다. 과장하나 없이 말하건데 경희언니는 밥먹고 똥사는 시간제외하고 하루종일 앉아서 성경책만 읽는다. 그러다가 틈나면 1번언니와 쌈질하는게 일상이다. 경희언니 남편은 거짓말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면회를 온다. 하루도 빠짐없이 (구치소 미결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매일 면회가 허용된다) 면회를 와서 접견서신에 빼곡히 성경말씀과 그날 새벽예배 내용을 적어놓고 간다. 당시에 이 요상한 부부의 모습들을 보면서 내심 참말로 지랄도 풍년일세 싶었다. 항소심 준비를 하려면 사건검토나 제대로 할것이지 새벽예배를 매일 손으로 적어 보내면 무슨 해결이 된다는것인지. 3번 명희언니. 나이는 60에 가까운데 말투는 소녀와 흡사하고 전형적인 대구 기득권 집안의 딸이다. 죄명은 배임. 성당을 다니는 분인데 이분도 하루종일 거의 묵주기도를 하신다. 나중에 나에게 성령의 은사를 전수하게 되는 인물이다. 4번 은주언니.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기때문에 정확한 죄명도 모르겠다. 아침에 눈만 뜨면 성경책을 쨔잔하고 무슨 무당 점보듯이 펼치면서 "오늘의 말씀은 이거다~~"하고 우리에게 점괴 읽어주듯 낭독을 한다. 5번언니 성명불상. 자신의 정체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 하루종일 귀마개를 하고 책을 읽는다. 밤에는 수면안대를 한다. 자기말로는 직업이 번역가라 했다. 6번 상민언니 - 앞뒤 각하나 안틀리고 전형적인 횡령범이다. 성당을 다니지만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횡령사건이다 보니 하루종일 통장 거래내역서 정리하는게 일이다. 7번 연주- 정신분열증 걸린 사람처럼 가만히 못있고 하루종일 억울하다 소리를 30번은 족히 내뱉는 키크고 이쁜 범죄자. 죄명은 무고. 지가 때려놓고 맞았다고 대리운전 기사를 고소한 죄다. 하루종일 남 험담하는게 취미고 자기전에 이불 뒤집어 쓰고 기도하고 일어나면 또 이불 뒤집어쓰고 기도한다.

결론은 이 방에서는 최소한 하나님을 배척하는 사람은 버티기 곤란한 분위기임을 감지했다. 그러던지 말던지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인격적 하나님을 만나기 전이었기에 구치소까지 와서 하나님 예수님 떠들고 있는 그 분위기 자체도 그닥 반갑지 않았다. 아니 사실 웃겼다. 온갖 희안한 죄는 다짓고 들어와서 무슨... 게다가 내가 넘어야 할 항소심 재판은 태산같은 지경이라 옆에서 기도를 하건 백팔배를 하건 내 관심밖의 일이었다.

암이라는 재앙 (2020년 7월)

2017년 석방이 된 후 나는 하나님께 서언한대로 가족을 떠나 어떤 프로젝트도 맡아하지 않았다. 그 서언은 하나님께서 내게 재판중에 보여주신 기적에 대한 나의 약속된 실행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두고 꿈과 야망을 좇아 일이라면 중국이고 중동이고 안가리고 날아가서 폼을 잡던 나는 하나님을 만나고 가족 1순위라는 하나님의 명령앞에 무릎꿇게 되었다.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 도시락을 챙기고 학업을 돌보고 가족들과 함께 매순간을 뒹굴었다. 그동안 헤엄쳐 다니던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나름 많이 발을 뺏다고 느꼈고 이정도면 하나님께 칭찬받아 마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2020년 1월에 시카고에 가족여행을 갔는데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그냥 단순 복통이거니 하고 진통제를 먹고 넘겼다. 참을성은 언제나 세계 챔피언급인 나는 복통이 반복되어도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미국 의료시스템의 특성상 한국처럼 바로 주치의를 만날수 있는것도 아니고 때마침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난 세상은 모든것이 복잡한 절차와 긴줄로 둔갑하여 가뜩이나 성질급한 나는 뭐 이러다 말겠지 하는 심산으로 아픈 배를 잡고 몇 시간이며 식은땀을 흘리다 이내 괜찮아지면 뭐 이러다 말겠지 하고 넘어간게 7월이 되어버렸다. 음식이 더이상 대장을 통과하지 못한다는것을 직갑했을때만 해도 감히 암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내 병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장이 막혀 구토가 최악에 다다랐을때 나는 거의 실신한 체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ct를 찍고 대장내시경을 바로 했으나 장이 막혀 중단하고 다시 입원실로 올라온 나에게 닥터는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암일가능성이 높다고. 장이 막히고 구토가 반복되어 정상적인 사고조차 힘에 부치던 당시에 암이라는 말앞에 놀랄 겨를도 없이 남편을 부르고 수술을 했다. 한시간 반에 걸친 수술후 마취에 취한체 남편에게 중얼거렸다. "하나님은 내가 더 깨갱하시길 원하시나봐. 암을 통해 내게 더 좋은것을 주실 계획이 있으신가봐. 안죽는 사람 있냐? 설령 조금 더 빨리 죽는다고 그게 뭐 큰 대수라고..."취중진담같은 마취중 진담이었던걸까. 넋빠진 남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주일 후 조직검사가 나왔다. 평소 무뚝뚝하기 짝이 없던 내 주취의가 나한테 농담을 건네며 병실을 들어온다. 딱 들켰다. 뭔가 안좋은 소식을 들고 곤란해 하는게 바로 느껴졌다. "3기 B"라는 의사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머리속이 텅빈것 같았다. 시간은 부지불식간에 흘러갔고 퇴원을 했다.

세상은 코로나때문에 더더욱 멈춰가고 있었다. 일상과의 단절은 감옥에서와 같은 자유의 구속을 불러오고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감옥에 갇힌 인생을 체험하고 있었고 창살없는 코로나라는 감옥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도 경험자인 나는 어렴푸시 짐작할수 있었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나는 억울함 대신 깨달음을 얻었기에 하나님은 이제 내게 더 크고 위대한 삶을 주실거라 꿀떡같이 믿고 있었는데 또 암이라.... 나는 또 찾아야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무엇을 주시려고 하는지 또 기다려야 했다. 나는 40년을 열심히 교회를 가면서 교인생활을 하였으나 남부구치소에서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 믿었던 하나님은 내가 프레임을 만들어 세운 임의적 하나님이었다. 내 논리나 내 과학적 인지에서 벗어나는 성경의 말씀은 기록한 인간들의 오해및 번역오류로 치부했다. 하나님을 있는 그대로 믿은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내 수준의 프레임에서 의문을 던지며 하나님을 믿어왔었더랬다. 아마 내가 예전의 그 상태로 암을 맞이 했더라면 하나님은 지금쯤 나에게 전적인 신뢰를 잃고 버려진 신이 되었거나 하나님이 계시다면 내 병을 고쳐보세요 그럼 하나님을 믿을게요 하는 조건부 딜의 대상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고난이 와도 하나님의 손을 잡고 해결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확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광신도의 체면으로 비췰것이 뻔한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한 신뢰는 사실 남부구치소에서 우연히 딱 한번 만난 보라돌이에 의해 시작되었다.

접견실에서 만난 여자 (2017년 1월 어느날)

나는 당시 항소심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듣도 보지도 못한 거짓말에 걸려들어 구치소라는 곳에 내가 들어와 있는것이 내게는 비극보다 한 수 위의 희극에 가깝게 느껴졌다. 막상 1심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고 보니 회사 사내 변호사 마저도 아마 내가 그랬을수도 있겠다 하는 눈치고 주변인들도 그래도 뭐가 잘못한게 있으니 잡혀갔지 하는 생각을 하는게 구치소 담장너머 텔레파시로 날아들었다. 그래....난들 안그랬나? 일로 만난 파트너중에도 감빵전력 있다는 소문을 슬쩍 듣게 되면 어김없이 선입견과 편견은 내눈에 콘택트렌즈로 들어와 앉았다. 살면서 죄 안짓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나는 진짜 그 잘난 검찰이 조작수준에 가깝게 적어둔 공소장에 적힌 그 짓은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밝히는 방법은 내 주둥아리로 나오는 변명이나 설명이 아닌 오직 재판결과 뿐임을 알고 있었다. 가슴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고 머리에는 칼날이 수백개가 서있었다. 매일 접견오는 직원과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나는 그날도 접견실을 향해 시커먼 고무신을 질질 끌고 내려갔다.

접견실에 내려가면 으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그날은 마침 대기자가 없고 나보다 나이가 대여섯 많아 보이는 듯한 사람과 나 단 둘이 의자에 떨어져 앉아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분은 형이 확정이 난 기결수였다. 기결수 중에도 모범수는 관복을 보라색을 입는데 일명 보라돌이라고 불린다. 보라돌이가 나한테 성큼 다가와 앉더니 " 하나님 믿어요?" 또 이노무 종교색출이 시작된다. 바짝 내옆에서 얼굴을 대고 묻는데 대답을 안할수가 없어서 "네"하고 성의없이 대답했다. "기도 열심히 하세요...꼭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세요....하나님은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시는 걸 좋아해요" 나처럼 과학과 논리를 신봉하는 사람에게 진짜 새벽에 요강들고 배구하는 소리로 들렸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는걸 좋아하는 하나님 취향은 전혀 나에게 설득력있게 와닿지 않았다. 여튼 그 보라돌이는 항소심까지 끝내고 기결수가 되었으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항소심에서 감형되셨어요?" 내 질문은 어디까지나 항소심에서 결과가 원심보다 좋아졌느냐였다. 동문서답이 바로 날아왔다. 보라돌이는 나한테 더 바짝 붙어 앉으며 하얀 얼굴을 드리밀고 거의 침이 튈 거리까지 들이닥치며 말했다. "그럼 그럼, 말이라고, 나 항소심에서 진짜 많이 감형됐어~ 억울한 일 있음 기도해, 기도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밝혀주셔."말은 갑자기 반말로 변했고 접견실에서 곧 헤어질것을 아는 보라돌이는 자기 관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뺏다 뭔가를 막 찾더니 "아휴 오늘따라 안갖고 왔네. 내가 시편 37장을 적어 다니는데 꼭 읽어주고 싶은데. 방에 돌아가서 시편 37장 꼭 읽어봐. 꼭" 이게 보라돌이와 나의 첫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나는 접견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아까 그 보라돌이가 한 말중에 "억울한 게 있으면 하나님께서 다 밝혀주신다"는 말이 머리속에서 맴맴 돌며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뭔가 낚인것 같기도 한데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나는 일단 보라돌이가 말하던 시편 37장을 펼쳤다. 한줄 한줄이 내가 처한 상황에 걸맞는 문구이기도 했지만 특히 33절 '여호와는 그를 악인의 손에 버려 두지 아니하시고 재판 때에도 정죄하지 아니하시리로다'에 가서 나는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사실 그때까지 40년을 교회를 다닌 내가 시편 한번을 안읽어 보았을리 없으나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그런 절실한 구절을 접한 순간은 기억에 없었다. 어랍쇼 하나님이 성경에서 재판 이야기를 하시네. 나중에 깨달았지만 성경에는 재판과 치료에 관한 이야기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7장에서 그런 문구를 읽었으니 사람이라면 당연히 38장이 궁금해진다. '여호와여 주의 노하심으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고 주의 분노하심으로 나를 징계하지 마소서'로 시작하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로 끝나는 38장을 단숨에 일고 나는 잠시 멍하니 내 기분을 살폈다. 활자가 살아서 내 안으로 파고드는것 같은, 내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들이 내속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39장 40장 그 뒤를 계속 읽어나가는 내내 같은 느낌이었다. 시편 1장으로 갔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것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부 천천히 다시 읽어보자하며 시편 1장부터 참을수 없는 궁금증으로 폭풍같이 성경을 읽어내려갔다. 내마음을 아는 시편의 구절구절을 접하며 접견실에서 만난 그 보라돌이의 말들이 자꾸 믿어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라고 했던 말도 마치 보이스피싱에 순순히 속아넘어가는 피해자들처럼 시나브로 나는 보라돌이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보라돌이를 만난 이후 나는 알수 없는 변신로봇 트랜스포머가 되어갔다. 나만 변하는게 아니라 내 주변 모두가 아니 이 세상이 나를 위해 움직여가기 시작했다.그 기묘한 과정이 지금부터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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