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대체공휴일이라 직장 생활을 하던 딸들이 집안에서 빈둥빈둥 잘 쉬더라구요. 첫째가 둘째 방에 가서 암막 블라인드가 있는 그녀의 방에서 프로젝터로 영화를 좀 봐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둘째가 "되겠냐?" 이 한 마디로 거절하더랍니다.
두 자매가 그동안 개와 고양이처럼 둘도 없는 앙숙이 되어 도저히 일치할 수 없는 성향과 품성으로 싸워오다가 불과 이삼 년 전부터 잘 지내오기 시작했다지요.
그것도 절대 권력자였던 언니를 꺾고 체력 좋은 언니에게 맞고 살던 둘째가 이젠 언니에게 말로써 어퍼컷과 잽을 수시로 날려 언니의 정신을 혼미하게 합니다. 그래도 찍 소리 않고 둘째에게 대꾸조차 버벅거리게 되었으니
이건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된 사연은 체대 다니던 첫째가 기분 나쁘면 동생의 명치를 때리고 벽에 머리를 찧는 등 만행을 저지르다가 철이 들고 난 다음부터는 그렇게 한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이젠 동생이 무슨 말을 해도 수용하게 되었다네요.
차라리 지금 자신의 명치를 때려달라는 첫째에게 둘째는 "아니야, 평생 언니에게 울궈 먹을거야."라며 감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첫째에게 한번씩 치명적인 말을 날려서 온 식구를 뒤로 넘어가게 합니다.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동치미를 얼음째 마셔도 그 맛이 아닐 거예요.
오늘은 참으로 기분이 좋아요. 왜냐면 제 글을 읽은 쿠크리님이 허브차 9종 세트를 보내주시고 결정적으로 손글씨 편지를 써주셔서 인류애를 잃고 방구석에 있는 저를 쾌청한 하늘이 있는 바깥으로 꺼내주셨거든요.
허접한 재주지만 글 재밌게 읽었다며 맛있고 향 좋은 차를 보내주시는 인류애 넘치는 동행이 요즘 날씨만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