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저희 아버지는 떠나셨지만..동행 가족분들은 모두 건강해질꺼에요

파이리다온
2023.02.07 00:23 | 조회 2.2k

향년 65세, 너무나도 아깝고 아쉬운나이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인생여행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하셨던 걸까.. 자식들 결혼하는 모습은 보고 가시지.. 라는 아쉬움과 각자의 회사일이 바빠 가족여행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가족 사진 한장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것에 후회만 남습니다.

중환자실과 1인실 가족면회 중 선택하라고 했을때 1인실 가족 면회를 택했다면 후회가 덜 남았을까..

지난 여름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돌아오셨던 아버지셨기에 이번 겨울에도 당연히 이겨내고 오실꺼라고 너무 자만했던 건 아닐까 후회스러웠습니다.

의사가 엄마와 상담한 내용을 들어보니 의사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오천건이 넘는 사례를 보았지만 환자의 생명이 얼마나 남았다고 말하는건 교만이다라구요.. 중환자실에서 멀쩡하게 돌아오는 환자도 있고, 아침까지 혼자 화장실도 가던 환자가 저녁에는 소천하신 경우도 봤다고.. 자신이 느끼기에 생명은 촛불과도 같다고 말이에요..

차라리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라는 엄마의 물음에 환자와 보호자가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 고르는 것이아니라, 두개 중에 어떤게 덜 나쁠지 선택하라는 거라 반드시 후회가 남는다구요..

장례 후 사망신고를 하고 보험과 재산들을 처리하며.. 사람의 인생이 서류로 정리되는 것에 덧없음을 느끼고...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신 것 같은 느낌에 괴리감을 느끼고.. 이상한 날의 연속입니다..

아버지께서 하늘로 돌아가시고 관심도 없던 사후세계를 검색해 제 멋대로 사후세계관을 정립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인생은 잠깐의 여행이야. 여행을 마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야. 내게 짜여진 인생여행을 열심히, 충실히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면 아버지께서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주실거야."

병원 어플로 작년 7월부터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진료, 검사내역을 쭉 보았습니다.

우리아빠 정말 고생많았구나.. 6개월간 이 많은 검사를 받으시다니.. 가족들을 위해 진짜 오래 버티셨구나..

아버지께서는 이식 전 조혈포세포 이식 연구를 위한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셨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를 어머니께 듣고 보니 1월 18일, 생전 마지막 검사 목록에 있는 골수천자가 다시 보입니다.

18일 저녁에 보았을땐 이식편대숙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의사가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을 알고 마지막 데이터를 뽑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이식과 이식 기록들이 골수섬유증 환우들과 조혈모세포 이식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인생여행의 마지막이 환우분들을 위한 도움으로 설계된거라 믿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픈 환우이고, 다른 분들은 모두 건강해져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아빠는 정말 아빠의 인생을 누구보다 충실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어.

아빠, 하늘에서는 하고싶은일만 하고 먹고싶은 것만 먹고 가장의 무게, 장남의 무게는 내려놓고 할아버지랑 재밌게 놀아.

아빠, 내가 내게 설계된 인생여행을 잘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면 그때 만나. 아빠 사랑해.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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